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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 숙원 풀렸다…'PA 간호사' 이젠 제도권 안으로
기사 작성일 : 2024-08-28 17:00:31

보호자와 대화하는 간호사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오진송 기자 = 간호사의 업무범위 명확화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간호사들의 19년 숙원이 풀렸다.

특히 간호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 합법화'를 골자로 해 의료현장에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간호법안은 PA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앞으로 업무범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간호법 '밤샘 심사' 돌입


김주성 기자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쟁점법안인 간호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소위원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2024.8.27

◇ PA 간호사, 의료공백 상황서 '전공의 대체'…내년부턴 제도권으로

28일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PA 간호사의 지위가 내년 5월 28일부터 합법화된다.

PA 간호사는 수술, 검사, 응급상황시 의사 보조 등의 업무를 하며 실질적으로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는 인력이다.

이들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2010년 전후부터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 1만6천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료법상 제도화된 직역이 아닌 탓에 '불법인력'으로 취급받으며 불안정한 지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올해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하자, 정부는 곧바로 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이들을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동원했다.

다만 시범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의료기관들이 간호사들을 '전공의 대체재'로 마구 활용하면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갓 간호대를 졸업한 신규 간호사가 PA 업무에 사실상 강제로 투입되는가 하면, 1시간 교육 후 업무에 투입되는 사례까지 있어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계약직 신규 간호사가 PA 간호사로 뽑혀 가기도 했다"며 "PA 간호사들에게 온갖 일이 몰리면서 '파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간호법안 제정 촉구하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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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협 "간호법 통과 19년 숙원 해소"…선진국은 이미 제도화

간호법의 국회 통과 소식에 간호계는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9년 만에 이뤄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 적정 배치,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책무가 법제화돼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간협 관계자는 "PA 간호사 역할을 간호사들이 먼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 부족으로 병원 등의 요청에 따라 하고 있는 것"이라며 "PA 간호사가 명확한 업무범위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굉장히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리의 PA 간호사와 유사한 간호사 직역이 제도화돼 있다.

미국은 10개 분야에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술을 갖춘 '전문간호사' 공인제도를 운영하는데, 분야별로 일정한 실무·임상 경력과 교육을 충족한 간호사가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전문간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와 의료 전문화 등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1995년부터 특정 간호 분야에서 수준 높은 간호 실무를 수행하는 '인정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인정간호사가 되려면 5년 이상 임상경험이 있는 간호사가 600∼800시간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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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범위' 구체화 진통 가능성…간호조무사, 응시자격 빠진 간호법에 분통

PA 간호사가 합법화되더라도 업무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안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해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보건의료직역 간 업무범위를 두고 마찰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PA 간호사가 합법화로 간호사가 의사 행세를 하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 간호법 통과를 규탄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가 진단하고, 간호사가 투약 지시하고, 간호사가 수술하게 만들어주는 법"이라며 비판했다.

정부는 현재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인 PA 간호사 관련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PA 간호사 업무범위 기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행일인 내년 5월 28일까지 9개월이 남았다"며 "시범사업 지침을 골자로 최대한 지침을 발전시켜서 진료지원(PA) 업무 기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간호법의 또 다른 쟁점인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이 법안에서 빠지고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는 부대의견에 반영되자 간호조무사계는 분통을 터뜨렸다.

간호조무사들은 특성화고등학교나 관련 학원 출신뿐만 아니라,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에게 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부대의견이라는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것이어서 상당히 화가 난다"며 "현재 간호조무사들은 고졸, 학원 출신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간호조무사들이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없이도 일을 하는 경우가 이미 있고, 앞으로 초고령사회로 가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전문대 교육을 통해 간호조무사의 전문역량을 키울 수 있을 때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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