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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시험봐야 하나"…英서 의무평가 축소 논쟁
기사 작성일 : 2024-09-01 23:00:57

브리짓 필립슨 영국 교육장관


[EPA 자료사진]

(런던=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초등학교에서 곱셈표 의무 평가를 비롯한 시험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러 교원 노조와 교육 전문가가 현재 새 교육과정을 검토 중인 브리짓 필립슨 교육장관에게 초등학교에서 시험 축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2018년 보수당 정부가 도입한 제도에 따라 잉글랜드 공립 초등학교 4학년(8∼9세) 학생은 전원 의무로 2단부터 12단까지 곱셈표(한국의 구구단 또는 곱셈구구)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에 대한 폐지 요구가 나온다.

노조 한 소식통은 "곱셈표 시험은 선택사항이어야 한다"며 "곱셈표는 매우 도움이 되며 이를 배우지 말라는 게 아니다. 시험이 시간 낭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잉글랜드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6학년(10∼11세)에는 영어 문법과 독해, 수학 성취도를 평가하는 표준학업평가(SATs)를 치르는데 여기서 고난도 문법 문제를 빼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여러 교원 노조는 초등학교에 시험이 너무 많으면 어린이의 불안이 높아진다면서 시험을 간소화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잉글랜드 최대 교원 노조인 전국교육노조의 대니얼 키베디 사무총장은 "초등학교에서 고압적인 정부 시험은 사라져야 한다"며 "학교에 교육 책임을 지운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이 잠 못 잘 정도로 시달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노조는 교육 당국의 교육과정 검토 과정에 학교 시험이 어린이의 정신건강과 웰빙을 악화할 위험을 불필요하게 높인다는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초등학교장 노조인 전국학교장협회의 폴 화이트먼 사무총장도 교육 당국에 "초등학교 내 의무 평가 감축을 살펴보는 것으로 교육과정 검토를 시작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내 평가가 기초 학력과 공평한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곱셈표 시험 의무화 당시 교육부 학교담당 부장관이었던 닉 깁은 "곱셈표 시험 폐지와 문법 교육과정 간소화는 다음 세대에게 삶의 기회를 손상하는 퇴보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상적으로 바른 어법이 사용되는 유리한 배경 출신인 아동은 교실에서 문법 교육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불리한 가정 출신 아동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앨런 스미더스 버밍엄대 교육연구소장은 곱셈표 시험 폐지와 문법 시험 축소는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 "교육과정이 하향 평준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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