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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베를루스코니 사후에도 끊이지 않는 마피아 연루설
기사 작성일 : 2025-01-15 00:00:58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2012년 모습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사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마피아 연루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3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레포르트는 베를루스코니의 마피아 연루설을 다시 한번 파헤쳤다.

레포르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베를루스코니와 그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인 마르첼로 델루트니의 관계, 그리고 델루트니가 마피아와 베를루스코니를 중개했다는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델루트니는 마피아와 회합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가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베를루스코니와 마피아의 결탁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레포르트는 또 1993년 베를루스코니가 전진이탈리아(FI)를 창당하며 정치 무대에 등장한 시점과 이 시기에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폭탄테러의 연관성에 의혹의 시선을 던졌다.

당시 이탈리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 마피아의 테러는 정부가 강력한 '반(反)마피아법'을 제정하며 사실상 전쟁을 선포하자 마피아가 반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마피아에 폭탄 테러를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당시 체포된 마피아 두목 쥐세페 그라비아노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탄 공격을 저지르도록 나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유족과 집권 여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현지 일간 라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의 장녀인 마리나는 13일 "최악의 쓰레기 방송"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 방송은 이미 수없이 부인된, 서로 관련이 없고 비논리적인 혐의들을 2시간 동안이나 뒤적거렸으며 심지어 이전 방송 자료를 재활용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발언에 의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의혹은 25년이나 된 헛소리로 이미 여러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허위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아버지는 항상 마피아와 맞서 싸웠다. 그는 누구도 이루지 못한 마피아 척결 법안과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이번 보도는 베를루스코니의 명예뿐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 국민 모두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전진이탈리아와 또 다른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역시 라이의 이념적 편향성을 주장하며 한목소리로 이 방송을 비판했다.

반면 제2야당 오성운동(M5S)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며 "보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재산을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마피아 연루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마피아와의 유착 혐의로 2∼3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그의 장녀 마리나는 2023년 6월 아버지가 사망한 뒤 베를루스코니 가문의 지주회사 핀인베스트의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가 창당한 전진이탈리아의 주요 후원자로서 이탈리아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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