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美 '중국 겨냥' 차세대반도체 수출통제, 韓 영향은 '미미'
기사 작성일 : 2024-09-06 12:00:21

삼성전자,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


(화성= 홍기원 기자 = 지난 2022년 7월 25일 열린삼성전자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 [공동취재]

(세종= 차대운 기자 = 미국 정부가 5일 양자 컴퓨팅과 차세대 반도체 등 자국 국가 안보에 중요한 최첨단 기술을 중국 등 경쟁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 수출 통제에 나섰다.

새 통제 대상에는 삼성전자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가 포함됐다.

한국이 수출 통제 면제국 명단에서 빠져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이번 수출 통제가 실제 일선 기업에 끼칠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 정부 "한국 기업에 주는 영향, 미미한 수준"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6일 와 통화에서 "이번 수출 통제가 한국 기업에 주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새 수출 통제로 우선 삼성전자의 GAA 공정이 영향권에 들었다고 본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오가는 채널의 4개 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차세대 기술로, 삼성전자가 지난 2022년 3나노미터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채널 3개 면을 둘러싸는 앞선 핀펫(FinFET) 구조보다 정보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였다.

이번 수출 통제 대상에는 식각용 장비를 포함해 GAA 공정을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에서 구현하는 데 필요한 각종 기술이 포함됐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미 양산 체제를 갖춰 GAA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고, 향후 추가로 미국 등에서 들여올 기술과 장비가 필요해도 한국이 '원칙적 승인 대상국'이기 때문에 실제 끼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이 하던 것이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이 수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수출 통제 시행국'(IEC)에 들지는 않아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지만 한국은 바세나르 체제 가입국으로 수출 허가 신청 때 '승인 추정 원칙'을 적용하는 원칙적 허가 대상이다. 이 때문에 사업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산업부 당국자는 "바세나르 체제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승인 대상이 된다"며 "수출 통제에 동참한 일부 나라들은 더 편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차제에 반도체 장비 등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려는 미국 등 주요국의 움직임을 고려해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대상을 일부 확대해 한국도 미국으로부터 '수출 통제 시행국'으로 인정받는 방안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바세나르 체제에서 만장일치가 되지 않은 항목도 수출 통제 대상에 올릴 수 있도록 대외무역법을 개정했다. 이어 오는 10월 시행령 개정까지 마무리해 주요국과 일정 수준까지 수출 통제 보조를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미중 기술전쟁 격화…양대 교역국 사이 한국 고심 커진다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악수하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4.4.13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장 경쟁국인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이번 새 수출 통제로 인한 국내 업계 영향은 미미하다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미중 간 기술 전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어 미국과 중국이 양대 교역국인 한국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 경쟁국을 겨냥한 수출 통제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을 비롯한 동맹에 유사한 수출 통제를 도입할 것을 설득해왔다.

일본, 유럽 등 서방 주요국들은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 기술 수출 통제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 관리 등 다양한 국익적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화 시대에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과 더 긴밀한 경제적 관계였다"며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지키려는 국가와 기업에 인센티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미국의 대중 기술 통제는 날로 고도화되고 있어 향후에도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미중 정상(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대표적으로 미국은 인공지능(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자 한국 등 동맹국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 통제와 달리 HBM 통제는 최종 제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향후 시행된다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HBM을 제조해 일부 중국 기업에 공급하는 국내 기업의 매출에 당장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기술 전쟁이 국내 기업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통상외교 교섭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긍정적 결과로는 작년 한미 간 물밑 교섭 끝에 미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은 미국 수출 통제 예외 대상인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지정된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첨단 초미세 공정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뺀 대부분 장비를 무기한 반입할 수 있게 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와 통화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되고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 낀 상황"이라며 "반도체산업은 완벽한 기술 자립이라는 게 있을 수 없어 결국 외교적인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