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 선거일인 27일 연설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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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 27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신임 총재로 선출돼 내달 1일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를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은 오랜 기간 당의 비주류 개혁파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그가 보수 정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선거 초점이 '나쁜 후보 골라내기'였고, 이시바 전 간사장이 그나마 덜 나쁜 후보여서 당선됐다고 짚었다.
이시바 신임 총재의 장점을 보고 동료 의원과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경쟁 후보들의 약점들이 겹치면서 이시바가 결국 선택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선거전에서 이시바 총재와 함께 3강 후보로 평가됐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각각 여성과 40대라는 점에서 당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지만, 명확한 한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결선 투표에서는 이시바 총재에게 밀린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에 대해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언하는 등 강경 보수 쪽에 치우친 행보를 보이면서 '너무 오른쪽으로 간다'는 우려가 퍼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개선된 한일관계가 훼손돼 한미일 연계에 금이 가면 러시아, 중국, 북한의 불온한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를 열심히 지지한 세력에게 브레이크가 됐다"고 짚었다.
준수한 외모와 신선함으로 세대교체를 노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5일간 펼쳐진 선거전에서 정책 이해에 대한 부족함, 불투명한 정책 실현 가능성, 경험 부족을 노출하면서 고배를 마셨다고 요미우리는 평가했다.
아울러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무파벌 의원으로서 당 개혁을 호소하면서도 옛 '아베파' 수장이었던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당내에 유일하게 남은 파벌인 '아소파' 지도자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등 원로 인사들과 만난 것도 마이너스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쇄신'을 강조할수록 오히려 정치 경험이 많은 남성 정치인인 이시바 총재가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엔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로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최근 선출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다 대표는 입헌민주당에서 중도 보수에다 정치 경험도 풍부한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향후 '조기 총선'에서 민주당과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안정감·경륜에 이념적 성향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물을 앞세워야 한다는 판단을 자민당 의원들이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
[ 자료사진]
한편, 이번 선거는 작년 말 터진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스캔들' 후폭풍 속에 치러지면서 '탈파벌'과 정치개혁이 초점이었으나 오히려 파벌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와 달리 파벌 해체 속에서 사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현행 입후보 방식이 도입된 1972년 이후 역대 최다인 9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선거가 이시바, 다카이치, 고이즈미 3강 체제로 치러지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국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요 후보들의 국회의원 표심 잡기 경쟁이 벌어졌다.
1차 투표에서는 국회의원과 당원 표가 절반씩으로 같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의원 표가 368표인데 비해 지방 조직은 47표로 의원 표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강 후보들은 6개 파벌 중 유일하게 존속하고 있는 '아소파'의 아소 부총재를 비롯해 이미 해산한 구 '기시다파'를 이끈 기시다 총리, 구 '니키이파' 수장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을 만나며 지지를 요청했다.
이시바 총재도 갈등 관계인 아소 부총재를 만나 지원을 부탁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2008년 아소 부총재가 총리였을 당시 농림수산상으로 임명됐으나 자민당이 선거에서 부진하자 아소 총리 퇴진 운동에 나서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고, 지금까지도 앙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결국 파벌에 의지해 의원 표를 서로 빼앗는 양상"이라면서 "결선투표를 예상하고 주요 세 후보 진영이 파벌 영수를 거듭해 만나면서 총재 선거가 막판에 '파벌 회귀'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