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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는 갈등중] ② 정책·사업 잇딴 제동…"여야 충돌, 국회 닮아 가"(끝)
기사 작성일 : 2024-10-22 09:01:13

(전국종합= 지방의회 내부 여야 대립으로 해당 지자체의 각종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장과 같은 정당이 지방의회에서 소수당이거나, 지방의회가 여야 동수일 경우 대립은 격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당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해 자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풀기 어려운 갈등


(세종= 김준범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이 8일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민호 세종시장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최 시장은 자신의 핵심 공약인 정원도시박람회와 빛 축제 개최를 위한 예산안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6일부터 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4.10.8

◇ 지방의회 '여소야대' 지역서 극한 대립

22일 전국 지방의회 등에 따르면 세종시의 경우 최민호 세종시장의 선거 공약인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개최를 놓고 지역 여야가 극한 대립 중이다.

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시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다.

축제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최 시장은 단식농성을 벌였고 국민의힘 시의원 7명 전원은 삭발했다.

민주당은 열악한 재정상황, 비과학적인 관람 인원과 수익산정 등을 이유로 맞섰다.

시의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에 이어 예결특위가 전액 삭감한 박람회와 축제 예산을 담은 추경 예산안을 가결했다.

최 시장이 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원 춘천시의회는 춘천시의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등 현안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인다.

춘천시의회는 전체 23석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13명이며 춘천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앞서 춘천시의회는 춘천시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한차례 부결시키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는 최근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 3년 만에 폐지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도시와 농촌간 마을교육 배움터 편차 등으로 조례 제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봤다.

진보 성향의 박종훈 경남도 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경남 곳곳을 찾아 조례 폐지에 대한 도민 의견을 듣고, 재의 요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와 지역의 교육자원을 연결해 배움을 확장하는 등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을교육공동체 조례 운명은


(거창= 이정훈 기자 = 경남도의회가 15일 조례정비 특위회의, 제41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각각 열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 폐지 조례안'을 심의하는 가운데 교육·시민단체가 경남도의회 앞에서 조례안 폐지 찬반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0.15

◇ 여야 동수 경우도 번번이 충돌…소수 야당도 집행부에 '제동'

경기도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6명씩 동수다.

도의회는 최근 K-컬처밸리 사업협약 해제와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 위원 선정을 둘러싸고 내부 마찰을 빚었다.

이 여파로 경기도의료원장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인사청문회를 기한 내 열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관련 절차 없이 기관장이 임명되자 '직무 유기' 비판이 제기됐다.

도의회는 또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증인 재택을 놓고 충돌했다.

여야는 전 도지사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증인 채택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특위 회의는 파행했다.


"지천댐 건설 결사반대"


(세종= 배재만 기자 = 충남 청양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소속 청양 주민들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지천댐 반대 환경부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2024.10.21

충남에서는 청양 지천댐 건설과 관련해 도의회 내 소수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 의견을 냈다.

민주당 이정우 도의원은 지난 8월 임시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지천댐이 건설되면 약 140여가 가구가 수몰돼 많은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며 "진정 물이 부족하고 그에 따라 수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면 우선 물 수지 분석이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토론과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수질 보전대책을 마련하고 수생생물 보호를 위해 향후 환경평가 단계에서 면밀히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리브투게더나 상하수도 지원 등 수몰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김영환 충북지사가 추진해오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사망자 지원'과 관련한 조례안을 부결했다.

찬성이 3표로 반수를 넘지 못했다. 나머지 반대 2표, 기권 2표였다.

건소위는 여당인 국민의힘 5명, 민주당 2명으로 구성됐다.

건소위 의원들은 유가족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금전 지원에는 일부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조례안 제정 재추진을 위해 도의회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세종시의회 갈등이 삭발식으로


(세종= 김준범 기자 = 국민의힘 소속 세종시의원들이 8일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최민호 세종시장의 핵심 공약인 정원도시박람회와 빛 축제 개최를 위한 예산안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2024.10.8

◇ 전문가 "지방의회 권한 강화…지역 정치문화 형성 필요"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있는 지방의회의 경우 지금 국회에서 보이는 정당 양극화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이남으로도 이런 양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가 기본 노선은 달라도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공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지금 정치는 이념적인 양극화는 사라지고 정서적인 양극화, '그냥 저 사람이 싫어요'라는 거로 가고 있다"며 "정서적 양극화를 그나마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집행부에 끌려가지 않게 국회나 지방의회의 권한을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집행부는 의회 동의를 얻기 위해 타협을 하려고 할 거고, 야당은 여당이 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을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직 해외 국가에 비해 지방자치에 대한 경험이 상당히 적고 정당 공천제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자율성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회 민주주의도 쇠퇴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자율성이 약한 지방의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겠나"라며 "단순히 제도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정치 문화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각 지역마다의 독자적인 의회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고 지방의회의 권한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창해 한종구 이상학 최종호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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