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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경기 남부 쇼핑사업 놓고 신경전
기사 작성일 : 2024-10-24 18:00:15

전성훈 강애란 기자 = 유통업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남부권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먼저 공격에 나선 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다. 정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려 신세계의 핵심 유통 플랫폼인 스타필드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자 신세계그룹의 고위관계자도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진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의 실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2030년쯤 경쟁사가 화성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우리 사업에서 재무적 역량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경쟁사의 경우에도 한 100만평 정도 되는 규모를 과연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2029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127만평(약 420만㎡) 부지에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36만평(119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스타필드, 골프장, 호텔, 리조트, 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를 건립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24 [롯데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를 IP(지식재산)사로 유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글로벌 프로젝트인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타임빌라스 수원의 입점 브랜드 리뉴얼(재단장) 상황을 소개하면서 "230개 브랜드를 폐점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필드 수원으로 갔다"며 "참 다행스러운 일이고, 저희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타임빌라스의 건축 디자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스타필드 수원 사진을 보여주며 '디자인이 단조롭다'는 취지로 지적하는가 하면 스타필드 수원의 고객 1인당 구매가(객단가)가 5만원이라고 언급하며 타임빌라스(12만원)와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이러한 기자간담회 발언이 알려지자 신세계그룹은 상도의에 벗어난다며 발끈했다.

자기 사업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경쟁사를 험담하는 것은 상도의가 아닐뿐더러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틀렸다는 게 신세계의 입장이다.

화보
'역대급' 복합쇼핑몰…스타필드 수원 그랜드오픈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우선 화성국제테마파크와 관련된 정 대표 발언에 대해 "롯데백화점이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사업 규모에 따라 자본 조달 방식은 다르며 스타필드의 경험을 통해 그 정도 노하우는 충분히 내재화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세계의 재무 상황을 걱정할 만큼 시장에서 (롯데를) 여유롭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정 대표가 스타필드 수원과 타임빌라스를 비교한 데 대해선 스타필드 수원이 백화점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명품 매장 없이 모던하고 타깃에 맞는 매력적인 350여개의 테넌트(외부 임대 매장)가 생동감 있게 사업을 전개한다"며 "고객이 많이 방문한다는 건 정 대표께서 말씀하신 객단가보다 랜드마크 쇼핑몰에는 더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반박했다.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가 5만원이 아닌 12만5천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번 와서 보시고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또 "롯데에서 폐점한 240개 브랜드 상당수가 스타필드로 가서 다행스러워할 게 아니라 아쉬워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그 240개 브랜드도 매우 다행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스타필드 수원의 디자인을 단조롭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스타필드는 동선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획일적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며 "보기 좋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편한 옷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자기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게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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