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청년들을 의성으로"
(의성= 김선형 기자 = 지난 10월 16일 경북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청년복합주거공간 금수장에서 장명석(31) 메이드인피플 대표가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3 [경북 의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성= 김선형 기자 = "굳이 올 이유가 없을 것 같은 의성 안계에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명석(31) 메이드인피플 대표는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빠진 경북 의성군에 정착한 1세대 타지역 출신 청년이다.
지난달 16일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청년복합주거공간(청년워케이션) 금수장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2020년 12월 장 대표의 손이 닿기 전, 금수장은 본래 폐여관이었다.
2019년 의성군 외국인 농촌봉사활동에 참여 중인 장명석 대표
[장명석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와 동업자들은 5천만원을 들여 금수장을 '워케이션'(Workation: 휴가지 원격근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원격으로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를 뜻한다.
시작은 의성군의 청년시설 위탁운영 사업이었다. 군은 청년 관련 시설들은 직접 청년들이 위탁 운영토록 추진했다.
장 대표처럼 타지에서 온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의성군에는 장 대표 외에도 청년키움센터, 청년복합문화센터 의성푸드빌리지·청춘어람, 청년인튜베이팅공간 G타운, 청년주거공간 금강장 등이 30∼40대 청년 대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금수장 내부 1층 전경
(의성= 김선형 기자 = 경북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청년복합주거공간 금수장의 1층 내부 모습. 2024.11.3 [경북 의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 대표가 운영하는 금수장은 겉보기에는 얼핏 일반 숙소처럼 보인다.
다른 점은 노트북만 들면 어디든지 떠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또 일반 숙소보다 업무적 편의성이 높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1층은 공유 주방 겸 카페, 2층과 3층은 숙박시설과 공용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인터뷰가 있던 이날 이미 금수장 모든 공간은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금수장은 주로 스타트업 업체 직원들이 연수 공간으로 사용한다.
금수장에서 바라본 의성군 풍경
[경북 의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유명 중소기업이나 금융권 기업들도 연수를 위해 종종 찾는다고 한다.
장 대표는 워케이션 공간 마련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대학 시절 해외 연수에서 얻었다.
울산 태생인 그는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취업 대신 청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취업 대신 이런 도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외국인들과의 활발한 교류에서 출발했다.
농촌일손돕기에 나선 장명석 대표
(의성= 2020년 청춘구 행복동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농촌일손돕기에 참여한 장명석 메이드인피플 대표의 모습. 2024.11.3 [장명석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 대표와 의성군과의 인연도 2019년 가을 외국인들과의 농촌봉사활동에서 비롯했다.
이듬해인 2020년 2월 의성군에서 '이웃사촌 시범 마을'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그는 귀촌했다.
초기부터 지난해까지는 의성군이 운영한 청년 유입 사업 '청춘구 행복동'의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를 거쳐 간 도시 청년 150여명 중 실제 정착한 유입 인구는 약 30∼40명에 이른다.
그는 "로컬(지역)에 막상 오면 되게 좋다고 느끼긴 하지만 사실은 굳이 올 이유가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라며 "로컬에 사람들이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힐링을 주제로 처음에는 공간대여업을, 이제는 한옥을 주제로 여행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의성군 사촌전통 마을 앞에서 장명석 대표와 메이드인피플 관계자들
[장명석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말처럼 장 대표와 메이드인피플 관계자들은 최근 의성군 사촌리 사촌 전통 마을에 있는 연면적 2천700평 규모의 한옥 4채 개발 사업 공모에 당선됐다.
이 공간은 외국인과 IT 개발자들을 주 대상으로 한 '부트 캠프'(Boot Camp)로 꾸며질 예정이다.
장 대표는 "지역에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갈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지역을 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와 청년들은 자신들의 사업에 그치지 않고 의성군에서 벼룩시장을 진행하거나 의성 마늘 축제에 외국인들을 초대해 음식 부스를 운영하는 등 외부인들이 의성에 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때마다 지역 원주민과 외부 전문 기획팀이 함께 공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처음에는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었다"며 "사업이 점차 확장돼 엄청나게 성장했다. 연 매출은 15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혼인 장 대표에게 결혼 후에도 의성군에 정착할지 묻자 "그건 어렵다"고 답하며 그간 자신이 쌓아온 지방 소멸 현실과 정책에 관한 소신을 내놨다.
그는 "정착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저 역시 지금 여기 3년간 있었지만 1년 365일 한결같이 매일 있지 않는다"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한 지역에서 책임을 져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인데 '인구 돌려막기'를 하는 현실"이라며 "오히려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오고 갈 수 있도록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생활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인구 소멸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정착 인구수나 전입 청년 숫자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계획할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공직자들은 청년이 로컬의 미래라고 하는데 정작 공직자들은 로컬, 의성군에 살고 있지 않다"라며 "반대로 청년의 입장에서 말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책은 청년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이 기회가 많더라고 청년들에 말을 해주려면 '로컬이 청년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라며 "인구 소멸 정책에 있어 정량적으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진정으로 청년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청년이 로컬에 돌아온다"라고 터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