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자료사진]
김승욱 곽민서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동맹 중시·가치 중심의 대외정책을 표방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 중시·이익 중심 노선으로 급선회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향후 한미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녹록지 않은 상대와 보조를 맞추며 한미동맹을 다지고 최대한의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정식 취임하기 전까지 새로 출범할 공화당 정부와의 관계를 사전에 다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캠프의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미국 대선 캠페인이 뜨거워져 왔다"며 "각 대선 캠프의 주요 참모들, 과거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조력자들과 긴밀한 소통 및 정책협의를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형태로 소통의 첫 단추를 끼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축전 전달, 당선인과의 통화 같은 공식적인 소통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복 선언 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 소통의 기회가 이른 시일 안에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취임 후 약 5달이 지난 2017년 6월에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했었다.
윤석열 대통령, 미 상원의원단 부부 초청 만찬 개최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개최한 미국 연방 상원의원 및 배우자 초청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빌 해거티, 존 튠, 크리스 쿤스, 게리 피터스, 댄 설리번, 에릭 슈미트,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 부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정부에 부담스러운 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먼저,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한미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SMA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도 기존 분담금의 6배에 달하는 연간 50억 달러를 요구하며 우리 정부를 당혹게 한 전력이 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거나 대북 공조에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패싱'하고 김 위원장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바이든 정부와 대외정책의 기조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데다 상대가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로 판을 흔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을 고려하면서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정상회담에서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두 정상 모두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통 크게 접근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합이 잘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상 간의 개인적 친분은 트럼프 당선인처럼 본인을 중심으로 대외 정책을 풀어나가는 지도자를 상대할 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는 자기가 늘 중심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를 제일 잘 다룬 해외 정상으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꼽는데 그 비결은 개인적인 친분을 돈독히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