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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벗어나려면…"구조개혁·내수부양 서둘러야"
기사 작성일 : 2024-11-17 07:00:22

부산항 컨테이너 하역 작업 모습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주식과 원화 가치가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이후 금융시장에서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저평가)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트럼프 시대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특히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을 꼽았다.

또한 세계 최대 수준의 가계부채 부담 속 고질적인 내수 부진과 고령화에 따른 장기 성장률 둔화도 이유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장기적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경기 안정화 정책을 통해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한 한국 증시…"환율 당분간 1,400원대 가능성"

17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세계 주가지수 40개 중 코스피(-8.98%)보다 더 떨어진 지수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RTS지수(-20.79%)뿐이었다. 그마저도 코스닥(-20.90%)의 하락률이 더 높았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4일 4만9천900원까지 내리면서 4년 5개월 만에 '4만 전자'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 13일 1,410원 선을 넘어서는 등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뜻한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8.60% 낮아졌다. 주요국 통화 중 원화보다 절하율이 높은 경우는 엔화(10.71%) 정도다. 유로화(5.11%), 중국 위안(1.88%), 파운드(1.08%), 호주 달러(5.67%), 대만달러(6.37%)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지만, 원화보다는 절하 폭이 작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오르내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1,400원대가 '뉴노멀'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2기에 고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내년에 본격적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환율은 1,450원 이상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미국으로 세계 자본 흐름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와 해외투자 자금 확대로 인한 달러 수급 불균형 등으로 인해 국내 외화 수급 불안정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2000년대 이후 20년간 형성된 1,050∼1,250원 초장기 레인지가 상향된 것은 맞지만, 아직 1,400원이 새로운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른 통화 대비 낙폭이 과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부정적 전망이 선반영되면서 다소 쏠림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1,400원대 환율은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과거 1,400원대가 외환위기, 금융위기, 2022년 달러 초강세 시기라는 점에서 지금 레벨은 다소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당분간 고환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레드스윕의 여파가 사그라지지 않았고, 국내 주식시장도 계속 조정되는 등 위험회피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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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등 편중된 수출 중심 경제구조·내수 부진…경제 성장 '빨간불'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과 원화 가치가 유독 하락한 이유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으로 무역 갈등이 심화한다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박석길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수출 주도, 제조업 위주 경제"라며 "최근 지정학적 환경 변화나 이번 트럼프 당선에 따라 제조업 비교 우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다는 게 원화 약세·국내 증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 구조가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편중돼있는 데다 모두 해외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산업이 모두 해외 수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시대 무역 갈등에 취약하다"며 "특히 인공지능(AI)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대만과 달리, 한국은 마땅한 가치사슬과 생태계 조성이 안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심각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를 뒷받침했던 저비용·대량생산 능력은 이제 중요한 잣대가 아니게 됐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저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업종에서 삼성의 독보적인 위상과 그에 따른 프리미엄은 모두 반납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여전히 60%는 되는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정도만 남았다"면서 "그나마 남은 반도체도 삼성전자가 최근 너무 부진하다 보니 주가지수 자체가 오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채 상환 부담에 늦어지는 내수 회복,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우려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와 소비 측면에서 코로나19 기간 급증한 부채의 원리금 상환 압박이 지난해 가을부터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꽤 오랫동안 우리나라 내수 회복세를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 즉, 구조적으로 내수가 크게 살아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도 "소비는 고령화에 따라 자동차와 의류, 신발 등 재화 소비가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데 비해 서비스 소비 역시 둔화하는 양상"이라며 "내수경제도 고질적인 취약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길 이코노미스트 역시 "단기적으로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 고령화와 저성장 추세 등 도전이 다 환율과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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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구조조정 통해 성장 동력 발굴…'경기 안정' 위한 부양책도"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안 높을 때는 오히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새로운 산업 구조군으로 흩어져서 가야 한다"며 "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편중이 심한데, 어느 쪽으로 다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동현 교수도 "민관이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키웠어야 했는데, 20년 동안 산업정책이 부재했던 결과가 이렇게 나오고 있다"라면서 지금이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을 찾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강조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경기 사이클 안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구조개혁은 선이고, 경기 부양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문화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내수를 살리려면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지역에 제대로 된 임대 주택을 많이 지어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부담을 줄여주면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계부채는 여전히 단기 땜질식 처방만 반복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금융 등 이름으로 선심 쓰듯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구조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에 맡겨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리게 하고 갚지 못하면 파산하게 하면, 대출 구조 개선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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