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최해민 기자 = 지방의회 인사규칙을 의원 발의로 개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행정안전부 판단이 최근 나온 가운데, 경기도의회가 수개월 전 이런 절차로 개정한 인사규칙이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의회 제공]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지난 19일 전국 시·도의회에 보낸 '인사규칙 입안절차 안내' 공문을 통해 인사규칙은 임용권자인 의장이 정하는 시행규칙으로, 제·개정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또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이후 의원이 인사규칙 제·개정 사항을 발의하는 것은 지방공무원법 과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위반한 '부적절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인사규칙은 지방의회에서 정하는 통상의 의회 규칙과 달리 보아야 한다"며 "지방의회 의원 등에게는 인사규칙을 발의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사규칙 개정은 의회사무처가 인사위원회(위원장 의회사무처장)에 안건을 상정하고 인사위가 심의·의결을 거쳐 의장이 결재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는 것이다.

행안부가 부적절 사례로 언급한 의원 발의 방식으로 이미 인사규칙을 개정해 시행 중인 경기도의회는 위법성 해소를 위한 후속 절차를 이행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소속 양우식 운영위원장 발의로 상정된 공무원 인사규칙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개정된 인사규칙은 도의회 의장이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각 2명 이내의 사람을 인사위원으로 임명하거나 위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도의회에는 현재 위촉된 인사위원들의 임기가 내년 초까지여서 아직 개정된 인사규칙을 적용해 위촉된 인사위원은 없는 상태다.

이와 별개로 양 위원장은 응시자의 평판을 면접시험에 참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또 다른 인사규칙 개정안을 지난 20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의원 발의와 본회의 의결을 통해 개정된 인사규칙은 원칙적으로 다시 인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절차상 하자를 치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차 문제가 있는 채로 개정돼 시행 중인 인사규칙을 통해 채용, 전보 등이 이뤄진 사례가 무효인지에 대해선 일률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며 "임용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었는지 등 사안에 따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도의회사무처 관계자는 "행안부 판단만으로는 개정한 규칙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므로 법제처 질의 등 자문을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인사규칙 개정 당시 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시 행안부에 질의했을 땐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