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알마스 미사일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스파이크 미사일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동욱 기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006년 전쟁 당시 빼앗은 이스라엘 미사일을 '복제품'으로 만들어 18년 만에 다시 이스라엘로 쏘아보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서방 국방 당국자들과 무기 전문가들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대전차 미사일 '알마스'는 약 18년 전인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쟁에서 사용된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의 복제품으로 추정된다.
아랍어로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알마스는 목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장하고 최대 10마일(약 16㎞)을 날아갈 수 있는 유도 미사일이다.
사람이 직접 조준할 필요가 없고,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 위에서 떨어지며 공격하기 때문에 측면을 공략하는 재래식 무기보다 더 효과적으로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헤즈볼라는 정확도와 파괴력 높은 알마스 미사일을 사용해 이스라엘 군 기지와 통신 시설, 방공포 등을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이스라엘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전쟁에서 알마스의 원형인 스파이크 미사일을 노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끝난 직후 이스라엘군은 전장으로 보냈던 장비들의 현황을 점검했는데, 실제 배치됐던 장비와 파괴된 장비, 회수한 장비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당시 발사대와 미사일을 포함한 스파이크 미사일 체계 전체가 레바논에 남겨졌을 것으로 본다.
헤즈볼라가 이 노획물을 후원국인 이란으로 보냈고, 이란은 이를 해체한 뒤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설계도를 만들어 생산해 친이란 세력에게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미국의 드론과 미사일도 이런 방식으로 복제한 바 있다고 NYT는 전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교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알마스가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2020년대 들어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0년 신형 드론이 이란군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알마스가 목격됐고, 이란군은 이듬해 군사훈련에서 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다 알마스가 실제로 전투에서 쓰인 것은 올해 초부터인 것으로 영국 군사정보업체 '제인스' 연구진은 분석했다.
지난 1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알마스가 쓰인 영상이 포착됐으며, 두달 전부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넘어 레바논 국경에서 헤즈볼라와도 교전을 시작하면서 노획한 군수품 가운데 이 미사일을 발견했다.
알마스 미사일에는 세 가지 이상의 변종이 있는데, 이스라엘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현재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알마스는 4세대 신형 미사일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알마스는 이란에서 생산돼 이라크·시리아 등을 거치는 밀수 경로를 통해 헤즈볼라에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헤즈볼라는 이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레바논에서도 생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알마스 미사일의 등장이 근본적으로 중동 역학관계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지적했다.
중동 무기 분석가인 무함마드 알 바샤는 "과거에는 구식 미사일이 점차 퍼져나가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최첨단 기술이 빠르게 전장 전체에 배치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북부 국경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알마 연구교육 센터는 "알마스 계열 무기들은 이란의 대리 세력이 있는 전선 전반에 배치될 것"이라며 "사거리를 늘려 이스라엘만이 아닌 다양한 주요 표적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