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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아이들에게 참 부끄럽네"
기사 작성일 : 2024-12-04 17:00:36

뉴스 지켜보는 시민


강민지 기자 =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한 가전 매장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선포·해제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4

최재석 기자 = "우리는 산전수전(다 겪었고) 못 볼 꼴 하나 더 본다지만 아이들에게는 참 부끄럽네."

"어렵게 이룩해 놓은 것들이 하나씩 해체되는 듯한 느낌이네."

"정치가 나라를 살려야 하는데 지들 마음대로 망치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3일 밤에서 4일 아침까지 기자가 속한 몇몇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도 여러 탄식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각 분야에서 수십년간 일해다 은퇴를 목전에 둔 이들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서로 감정이라도 공유하고픈 마음에 지인들과 연결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소회를 올렸을 것이다.

대부분이 열심히 노력해 나라 발전에 일조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웬만한 자리에서 안정을 누려온 그들이었다. 그런데 2024년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현실이 그들에게 허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기성세대로서 책임감도 있었다.

한 40대 방송인도 개인 SNS 계정에 "아이에게 할 말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고 하니 이런 감정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50, 60대만의 소회는 아닌듯하다.

국회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후 의사당에서 철수하던 계엄군 가운데 한 명이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인사한 모습을 찍은 영상과 함께 온라인에 게재된 관련 기사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군인들이 뭔 잘못이라고 사과하냐. 괜찮다 너희들은 그저 잘못된 명령에…"

"군인들 그대들 잘못 아닙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라고 보내는 거지. 이렇게 명령에 따라 국민과 적대하라고 보내는 겁니까?"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로서, 기성세대로서 젊은 군인들에게 미안함을 담은 내용들이 적잖았다.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의사당 본청 진입이 막히자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고 곳곳에서 국회의원 보좌진과 대치했지만, 본회의장에 진입하거나 국회의원을 체포하지는 않았다.

혼란한 계엄 정국을 틈타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지만 일부 누리꾼들이 SNS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해 허위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일례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온라인상에는 서울 시내 도로에 장갑차가 출동한 것 같은 사진이 삽시간에 퍼졌는데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가 사진이 조작됐다는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이날 아침 우려했던 계엄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을 이어갔다. 출근길 지하철과 버스는 제시간에 운행했고 시민들은 각자 일터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겉으로는 밤새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계엄 선포가 단연 화제에 올랐다.

"계엄 상황이 계속됐으면 오늘도 그렇고, 모두가 연말 약속을 취소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는 더 어려워졌을 거고…"

"지금과 같은 대명천지에 계엄을 생각했다니 참…"

세계적으로는 주권 국가를 무력으로 침공하는 일이 벌어지는 '전쟁의 시대'가 다시 왔다. 한국 땅에서는 물리력으로 민주주의를 중단시키는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뻔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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