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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방 뉴질랜드 원주민, 英 국왕에 공개서한…"정치개입 요구"
기사 작성일 : 2024-12-11 16:00:56

뉴질랜드 원주민 권익 보호 시위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김계환 기자 = 뉴질랜드 우파 연립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원주민 마오리족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뉴질랜드 정치에 개입해달라고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오리족 지도자 모임인 '전국 이위 의장 포럼'(The National Iwi Chairs Forum )은 이날 찰스 3세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뉴질랜드 정부가 건국 문서인 와이탕이(Waitangi)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왕실의 명예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작년에 들어선 뉴질랜드 우파 연립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마오리어 사용 철회, 마오리족을 위한 보건국을 폐지 추진 등 마오리족의 기득권을 줄이는 방향의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마오리족과 갈등을 빚어왔다.

1840년 2월 6일 빅토리아 여왕 재위 때 영국 왕실과 500여명의 마오리 추장 사이에 체결된 와이탕이(Waitangi) 조약은 뉴질랜드의 건국 문서로 불린다.

이 조약에 따르면 영국은 마오리 원주민을 통치하지만 땅, 숲, 수산자원, 문화 등 이른바 '타옹가'(taonga·보물)로 불리는 각종 자원에 대한 마오리족의 권리는 인정된다.

그러나 영어와 마오리어로 각각 쓰인 조약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 그동안 여러 차례 분쟁이 벌어졌다.

포럼은 500여 명이 서명한 서한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마오리족과 왕실의 관계가 잘 발전해 왔지만 지난해 들어선 새 정부가 와이탕이 조약과 마오리족 권리에 대한 공격을 공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새 정부에서 마오리어 활성화 차단과 와이탕이 재판소의 기능 축소 등 마오리족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뉴질랜드 정부가 영국 왕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개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입헌군주제 영연방 국가인 뉴질랜드의 국가원수는 영국 국왕 찰스 3세다.

응아티 와이 부족의 의장인 아페라하마 에드워즈는 마오리족의 우려가 무시되는 상황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와이탕이 조약 체결 후 184년간 정부의 선의를 믿어왔지만 보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찰스 3세 국왕이 개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약을 체결한 마오리족장들의 후손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인 찰스 3세도 조약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드워즈 의장은 아직 영국 왕실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마오리족의 안녕과 조약이 위태롭기 때문에 찰스 3세가 서한을 읽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개서한 작성에 참여한 오클랜드대 마거릿 무투 교수는 새 정부의 정책이 와이탕이 조약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찰스 3세가 새 정부에 조약 의무를 상기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오리족은 뉴질랜드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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