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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검열 논란 신학철 유화 '모내기' 광주 온다
기사 작성일 : 2024-12-12 15:01:12

신학철 '모내기' 1993년 작가가 직접 재제작한 작품


[광주시립미술관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광주= 여운창 기자 = 이적표현물로 몰려 국가에 압수되는 등 30여년 전 예술작품 검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신학철(81) 작가의 유화 '모내기'가 광주에 온다.

1987년 민족미술협회 '통일전'에 등장했던 모내기는 작품 상단에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농민들이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하단에 농부가 탱크와 코카콜라 등 쓰레기를 쟁기로 밀어내는 모습을 배치했다.

작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으나 2년 뒤 국가보안법에 따른 이적 표현물로 간주돼 몰수됐고 작가도 기소돼 유무죄가 엇갈린 끝에 1998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압수물이 된 모내기는 서울중앙지검이 관리하던 중 2004년 유엔인권이사회의 반환 권고와 정부의 거부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작품 훼손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201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위탁 보관하고 있다.

광주에 오는 모내기는 외부 반출이 여전히 엄격히 금지된 1987년 작품이 아닌, 1993년 신학철 작가가 원래 그림과 똑같이 다시 그린 작품이다.

모내기를 보고 싶다는 지인들의 요청에 작가가 재제작한 것으로, 오는 17일 광주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2024 민주인권평화전 '신학철-시대의 몽타주 60년 회고전'에 전시된다.

국내 민중·현대미술의 원로대가인 신학철 작가의 1960년대 실험미술로부터 1980년대 민중미술, 21세기 현재에 이르는 60년간의 방대한 예술세계를 90여점의 작품으로 총정리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신학철 회고전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신학철은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로 주목받아왔다.

실험미술·몽타주 콜라주·포토리얼리즘 등을 활용해 서민의 삶을 조명하는 동시에 일본관동대지진·한국전쟁·민주화운동 등 현실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 참여미술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매우 드물었는데 광주시립미술관이 90여점의 작품과 신 작가가 지니고 있던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함께 내놓는다.

한국의 역사와 개인의 삶을 한 화면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시대적 통찰과 그 시대적 정서를 반영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들여다 볼 기회가 될 것으로 미술관은 기대했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며 격동의 시대 속 서민의 삶과 이상세계를 함께 형상화했던 신 작가의 메시지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내년 3월3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신학철의 작품 세계를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시대순으로 구성했다.

작가의 대학 시절 초기 작품부터 최근 마무리한 대형신작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또 모내기에 버금가는 유명작품들로 5·18민주화운동을 형상화한 '현국현대사-초혼곡'과 가로 길이만 20m에 달하는 현대 서사시 '갑순이와 갑돌이'도 직접 볼 수 있다.


갑순이와 갑돌이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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