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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지키다 산화한 학생 주검서 나온 책 '역사란 무엇인가'
기사 작성일 : 2024-12-18 12:00:40

기록관에 보관 중인 에드워드 카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김혜인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희생된 학생의 품에서 발견된 책이 뒤늦게 공개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1980년 옛 전남도청에서 희생된 10대 학생 중 한 명이 소장하던 책을 보관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책은 에드워드 카가 저술한 역사철학 도서 '역사란 무엇인가'의 영한대역 판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이 담긴 것으로 유명하다.

기록관은 지난 2016년 3월 옛 전남도청에 재직했던 한 공무원으로부터 책을 기증받아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기록관에 따르면 동향 보고 업무를 담당했던 전남도 공무원 A씨는 1980년 5월 27일 최후 항전이 벌어지고 난 뒤 전남도청에 들어갔다가 한 소년이 책을 품은 채 숨져있는 것을 목격했다.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주검에서 나온 책을 36년간 보관해오다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개관하자 2016년 3월 기증했다.

기록관은 책의 주인을 찾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흔 검사를 문의했지만, 흔적이 오래된 탓에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다만 1980년 5월 27일 최후 항전지인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학생 중 한 명의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신학대 2학년생이었던 류동운 열사의 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인화 전 기록관장은 "책이 한신대 필독서였고, 류 열사가 학생 시민군 중 유일한 한신대 학생이었다는 사실로 미뤄봤을 때 책의 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5·18 배경 작품인 '소년이 온다'를 통해 학생 시민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인 만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시민군의 일원으로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격에 숨졌다.

올해 제44주년 5·18 기념식에서 박금희 열사와 함께 재조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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