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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늘어난 집회…'친환경 의사표현' 요구도 커져
기사 작성일 : 2024-12-21 07:00:31

헌재 앞 탄핵 반대 화환


이정훈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탄핵 반대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처음으로 재판관 평의를 연다. 2024.12.19

이재영 기자 = 탄핵 정국에 집회 등이 많아지면서 '친환경 의사 표현'을 요구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21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국회 앞 집회에서 이뤄진 '풍선날리기'가 '생태계와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집회를 하자'라는 요구가 분출하는 계기였다.

당시 집회 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서 '윤석열 탄핵'이라고 쓰인 주황 풍선을 나눠줬고,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조합원과 시민이 풍선을 하늘로 날리면서 장관 아닌 장관이 연출됐다.

풍선을 보며 '감격스러웠다'는 시민도 있었지만,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는 시민도 많았다. 일부 시민단체는 화물연대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풍선날리기를 '폐기물 무단 투기'와 마찬가지로 보고 금지하는 국가와 지역들이 나오고 있다. 하늘에 올랐다가 다시 지상으로 떨어진 풍선이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풍선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4∼20년 정도가 걸리며, 분해돼도 미세플라스틱을 남긴다.

호주 퀸즐랜드주는 환경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헬륨풍선과 같은 '공기보다 가벼운 풍선'을 날리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도 올해 7월 1일 같은 취지 법을 시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버지니아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도 풍선날리기를 제한하는 법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경기도가 2019년 31개 시군과 산하기관에 행사에서 풍선날리기를 금지하는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또 지난 8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허가·승인을 받지 않고 공중에 풍선을 쏘아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풍선날리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화물연대는 긴급 상무집행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끝에 향후 연대가 주관·주최하는 집회와 행사에서 풍선날리기 등 생태계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퍼포먼스는 지양하기로 결정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14일 집회 때도 풍선날리기를 사전에 계획한 것은 아니고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면서 "재발 방지 대책과 환경권을 보장하는 투쟁방식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내용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 자료사진]

의사표현 방식의 하나로 등장한 '화환 보내기'를 두고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화환 시위'에 주로 동원되는 약 2m 높이의 3단 화환에는 꽃을 꽂아두는 스티로폼과 스펀지, 꽃 주변을 장식하는 인조 잎 등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된다.

꽃도 2020년 8월 '재사용 화환 표시제'가 시행된 뒤 조화나 수입 생화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화훼 수입량을 보면 2020년 8월 4천289t에서 지난달 1만125t으로 약 4년여만에 136% 증가했다.

플라스틱과 철심으로 만들어지는 조화는 재질 별로 분리되지 않아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은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소각되기에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특히 조화 수입량이 연간 2천t 정도로 추산되는데, 99%가 중국산이다.

중국산 조화는 저품질 플라스틱을 사용해 환경오염이 더 심하다는 것이 화훼업계 지적이다.

LED 전광판을 탑재한 1t 트럭이나 문구로 랩핑한 버스를 한 장소에 주차해두거나 일정 구간을 저속으로 반복 운행하도록 하는 '트럭·버스 시위'도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차를 느리게 운행하거나 주차해놓고 엔진만 공회전시키는 경우 불완전연소가 늘어나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시위 트럭이 서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 자료사진]

환경단체들은 친환경 집회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실천 중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인 '알맹상점' 직원들은 지난 7일 집회 때 촛불을 보호하고자 재활용 우유 팩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환경연합은 최근 쓰레기가 덜 나오는 집회를 위해 응원봉이 없다면 사는 대신 친구·가족·중고사이트에서 대여하고 텀블러를 챙겨오는 등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관계자는 "현재 집회에서 혐오표현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처럼 생태·환경적 집회를 위한 안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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