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나타난 루시즘 황조롱이
[촬영 유형재]
(강릉= 유형재 기자 = "황조롱이면 몸이 황갈색이어야 하는 데…, 그럼 온몸이 하얀 넌 도대체 누구냐?"
최근 강원 동해안에 눈부시게 하얀색의 맹금류 황조롱이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황조롱이는 축사와 과수원, 추수가 끝난 논이 연결된 드넓은 들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쥐와 새, 곤충 등을 잡아먹는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황조롱이는 매과의 맹금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갈색과 황갈색, 흑색, 회색, 회갈색, 암갈색 등의 색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는 황갈색을 띤다.
그런데 황갈색 황조롱이가 아니라 온몸이 흰색인 황조롱이가 나타나 탐조객 등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을 얼핏 보면 하얀 비둘기 같기도 하다.
일반 황조롱이와 루시즘 황조롱이
[촬영 유형재]
먹잇감 잡아서 날아가는 황조롱이
[촬영 유형재]
통상 몸 색깔이 전반적으로 하얀 대부분의 동물은 알비노로 불린다.
알비노는 동물 전반에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으로 몸에서 색소를 합성하는 효소에 문제가 있어 신체 전반이 백화(白化)되는 현상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한다.
알비노는 눈동자에도 색소결핍증이 나타나 눈동자가 빨간색이어서 햇빛을 가리는 색소가 부족하고 보호색도 없어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동해안에서 발견된 이 하얀 황조롱이는 알비노와는 다른 루시즘으로 추정된다.
온몸이 하얀 것이 알비노와 같지만, 루시즘은 색소를 생성하는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눈동자도 보통의 동물과 같다.
새 사냥한 황조롱이
[촬영 유형재]
루시즘 야생동물도 알비노처럼 생존율이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보호색을 갖지 못해 포식자에 먹힐 가능성이 높고 피부 등도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황조롱이는 생태계 상위 포식자에 속하기 때문에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시즘은 알비노보다 더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황조롱이는 전봇대와 전깃줄, 혹은 키 큰 나무에 앉아 있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쏜살같이 목표물을 향해 내리쏜다.
잠시 후 황조롱이는 쥐나 새를 날카로운 발톱에 움켜쥐고 논둑이나 대형 마시멜로로 불리는 논바닥의 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 위에 앉아서 포식한다.
논에서 쥐를 잡지 못하면 인근 축사와 과수원, 밭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사냥한다.
새 사냥한 맹금류 황조롱이
[촬영 유형재]
논둑길에는 가끔 농사나 축산 관련 차들이 다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맹금류의 위용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다른 황조롱이나 말똥가리 등이 자기 구역에 나타나면 득달같이 달려가 일전을 불사하며 멀리 쫓아내는 모습도 관찰됐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굳건히 잘 버텨내고 있다.
처음 발견됐을 때 눈이 부시게 하얗던 털은 사냥 등 활발한 먹이활동으로 몸 일부에 때가 묻기도 했다.
한 맹금류 전문가는 "너무 멀어 자세히 관찰하기 어렵지만 날개 형태 등을 고려할 때 1년생으로 보인다"며 "생태계 상위 포식자인 데다 문제없이 먹이 활동도 활발히 하는 걸로 봐서 살아가는 데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조롱이는 길조로 불린다.
흰색 황조롱이가 좋은 일을 가져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몸이 하얀 루시즘 황조롱이
[촬영 유형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