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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 정근식 서울교육감 "의대증원 2026학년도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기사 작성일 : 2024-12-29 08:00:25

인터뷰 중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류효림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2.29

서혜림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과학영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이른바 'N수생' 증가 등 부작용을 낳은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2026학년도에는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진 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이로 인한 의대 쏠림현상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비상계엄과 그 여파로 인한 탄핵 정국 속에서 서울 교육 수장으로서 역할을 묻자 "교육감은 정치가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학생들의 학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 10월 조희연 전 교육감이 '전교조 해직교사 부당채용'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직을 상실하자 진보진영 후보로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다음은 정 교육감과의 문답.

-- 취임 두 달이 지났는데 소감은.

▲ 교육감 업무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취임하자마자 국정감사와 행정감사가 있었고 바쁘게 보냈다.

-- 올해는 의대 증원이 교육계 최대 현안이었다. 어떻게 보는가.

▲ N수생이 급증하는 등 의대 증원 정책의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의대 정원을 (교육계가) 감당할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2025학년도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2026학년도부터라도 정상화해야 한다.

-- 의대 쏠림현상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교육감으로서 이공계 인재 육성 방안이 있다면.

▲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몰리는 것을 우려했는데, 최근 서울과학고에 가보니 올해는 오히려 의대 가는 학생이 줄었다고 한다. 올림피아드 금상 수상 학생과 이야기하고, 학생들이 공동 연구한 결과도 보면서 한국의 기초과학 역량이 죽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실험 기자재가 낡았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어 해결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최근 수능을 11월이 아닌 12월에 치르자는 의견을 냈다. 그 이유는.

▲ 학년말 공백을 최소화해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놓은 제안이었다. 핵심은 시기 자체보다는 대학과 교육부 등 관계 기관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능 이후 수시와 정시모집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서울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교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권 강화 대책이 있는지.

▲ 미시적으론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 제·개정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사회적 인정이다. 교사들이 전문직이라는 걸 인정받는 분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겠다.


인터뷰 중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류효림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2.29

-- 교육 당국의 여러 대책에도 사교육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교육 과열을 방지할 묘안이 있을까.

▲ 선동적인 정책은 항상 실패했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서 사교육을 줄여야지 사교육에 대한 직접적 규제 강화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왜 그런가.

▲ AI교과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교육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고 연수, 인프라 부족, 비싼 구독료 등의 문제가 있다. 시간이 지나 의견이 수렴되고 교육적 효과가 확인되면 교과서로 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 교육감 선거에서 역사 교육을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 서울시의회에서 역사 교육에 약 5억원을 편성했다. 역사교육자문단을 구성하고 역사교육자료센터 건립 추진 분과를 둬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 온라인상 아카이브 형태의 센터도 만들 예정이다.

--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중앙정부 부담분이 예정대로 연말 일몰된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 고교 무상교육 국고지원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지속돼야 한다.

-- 탄핵 정국에서 진보 교육감의 역할은 무엇인가.

▲ 교육감은 정치가가 아니다. 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학생과 학교 현장, 교사 의견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의 학습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뷰 중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류효림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12.29

-- 최근 서울의 한 고교에서 학생이 시국선언문을 올렸다가 학교가 제지해 문제가 된 바 있다. 학생의 정치 참여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 (정당 가입) 연령이 16세 이상으로 내려갔는데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필요한 역사의식을 어떻게 함양하면 될지 관련 과에서 준비하고 있다.

-- 2026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재선에 도전하나.

▲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 남은 기간 최대한 열심히 하고 여러 얘길 듣겠다.

-- 신년을 맞아 교육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많은 사람이 교육청의 역할이 비대해졌다고 지적한다. 교육의 본질에 맞게 학교에 자율성을 주고 싶다. 미래를 여는 협력 교육의 첫 출발의 원년으로 온기를 담은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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