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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 패키지상품 무리하게 운행했나…모객 경쟁 가능성도 [제주항공 참사]
기사 작성일 : 2024-12-30 12:00:36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현장 수색작업


(무안= 이진욱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2024.12.30

차민지 기자 =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항공사와 여행사가 협업해 선보이는 전세기 패키지 여행(단체 여행) 상품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사고가 난 여객기 승객은 대부분 광주의 한 중소 여행사가 중심으로 기획한 크리스마스 전세기 패키지 상품 고객이었다. 전세기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수요에 따라 특별히 편성된 항공편으로, 좌석을 여행사에서 모객한 승객들로만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안팎에선 연말 성수기를 맞아 항공사들이 전세기를 무리하게 편성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말에 계엄·탄핵 사태로 고환율과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한 상황에서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무리한 영업에 나선 것은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30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여객기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3박 5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을 다녀오는 광주 지역 여행사 Y사의 전세기 단체여행 상품 귀국편이었다.

Y사는 무안 출발 2회와 방콕 출발 2회 등 주 4회 띄우는 항공기 좌석을 지역 여행사에 판매하거나 패키지 여행상품과 항공권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4회 중 2회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이 함께 띄우고, 2회는 Y사가 중심이 돼 모객했다. 참사가 발생한 이번 상품은 후자였다.

지방 소재 공항들의 경우 제주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전세기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방 공항의 경우 정기편 노선이 거의 없어 전세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이라며 "지방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가 주로 LCC인 만큼 LCC 전세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항공사와 여행사가 연말 성수기 여행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한 운항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2022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정착한 지난해에서야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여행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장기간 실적이 부진했다. 올해는 티메프 사태와 비상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여행수요가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제주·인천국제공항과 중국 베이징,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등을 오갔다.

제주항공의 월평균 가동시간 역시 국내 항공사 중 긴 편으로 파악됐다.

제주항공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보유 여객기 1대당 월평균 운송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었다.

다른 LCC인 진에어[272450]의 올해 3분기 월평균 운송 시간은 371시간이었고 티웨이항공[091810]의 월평균 운송 시간은 386시간이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의 월평균 운송 시간은 355시간, 아시아나의 월평균 운송 시간은 335시간이었다.

여행사들이 연말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모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광학과 교수는 "전세기 좌석을 채우지 못하면 여행사가 손해를 본다. 전세기 실적을 많이 쌓게 되면 항공사가 할인이나 좌석 확보 등을 배려해준다"며 "이 때문에 여행사들이 좀 더 경쟁적으로 모객을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좌석을 받아 판매하는 정도 외에 항공사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여행사가 원한다고 해서 과도하게 운행 횟수를 늘릴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주항공 역시 이번 사고가 정비 소홀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무리한 운항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를 제때제때 철저히 하고 있고 계획된 정비, 그리고 일상적으로 출발 전후에 이뤄지는 모든 정비 등 한치에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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