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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푸른 뱀의 해'…충북지역 뱀 관련 지명·전설은?
기사 작성일 : 2025-01-01 09:00:36

(청주= 전창해 기자 = '푸른 뱀의 해'로 불리는 을사년(乙巳年)의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뱀은 한국 문화에서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아온 동물이다.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불리는가 하면,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런 이중적 이미지는 국토의 지명이나 전설에도 나타난다.

충북 곳곳에 깃든 '뱀 이야기'를 살펴봤다.


2025 맞이 '억새뱀 부부 조형물'


[ 자료사진]

◇ 뱀산·뱀골 등 뱀 많거나 모양 닮아 유래

1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150만여곳의 지명 가운데 뱀과 관련된 이름은 208개에 이른다.

충북에도 마을, 산, 고개 등 11개 등록 지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뱀산', '뱀골' 등 주민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지명까지 더하면 그 수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흔한 지명 유례는 '옛날에 뱀이 많이 살았다'거나 '지형이 뱀처럼 구불구불하다'는 이유다.

진천군 초평면 진암리 사곡(蛇谷)마을이 대표적이다.

한자 뜻 그대로 옛날부터 뱀이 많다고 하여 뱀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일부에선 아마도 골짜기가 뱀처럼 구불구불해 붙여진 이름일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이곳은 390여년 전 경주 김씨 일가가 정착해 명맥을 잇고 있는 집성촌이기도 하다.

괴산군 사리면 이곡리 마전마을에 속한 뱀골도 '뱀처럼 길게 생긴 골짜기'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같은 사리면 응암마을은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는데, 윗마을은 뒷산에 매 모양의 바위가 있어 매바위, 아랫마을은 뱀이 많아서 뱀바위로 불린다.

제천시 덕산면 성암리·수산면 내리와 오티리에 걸쳐 있는 야미산(夜味山)도 흥미로운 지명유래가 있다.

조선시대 역사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곳이 백야산으로 기록돼 있다.

또 백야산은 배미산이라고도 불렸다는데, 산의 형상이 뱀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때 '배미'가 언제부턴가 '밤'으로 이해돼 '야'(夜)를 쓴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며, 전국에서 이 같은 형태의 구전 지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뱀을 주제로 한 그림 전시회


[ 자료사진]

◇ 이무기 한 설인 '뱀바위'…까치 은혜담 '뱀내'

뱀 관련 지명을 둘러싼 재미난 전설도 다수 전해진다.

제천시 청풍면 양평리에서 충주로 빠지는 길로 가다 보면 남한강변에 '뱀바위'로 불리는 암석이 있다.

일제강점기 충주와 청풍 간 도로개설 공사가 한창일 때, 양평리에서 조금 떨어진 강변의 석벽을 뚫기 위해 화약을 발파하게 됐다고 한다.

이때 발파 책임을 맡은 한국인 인부의 꿈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나 "나는 아랫골 산속에 사는 이무기인데, 내일 아침 용이 돼 승천하니 발파를 하루만 참아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 들은 일본인 감독은 코웃음 치며 암벽을 폭파했고, 돌가루와 먼지가 가라앉은 강변에서는 토막 난 용 모양의 커다란 뱀이 발견됐다.

이 뱀의 머리가 걸려있던 강가 바위가 지금의 뱀바위이며, 용이 못된 이무기의 한이 풀리지 않아 비만 오면 이 바위 둘레에서 검붉은 물이 흘러나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남촌리에 있는 자연마을 '뱀내'의 지명 전설도 흥미롭다.

때는 조선시대 인조 14년(1636년), 병자호란에서 굴욕을 겪은 왕은 북벌을 다짐하고 초야에 묻힌 인재 발굴에 나섰다.

홍문관 교리인 이문제는 이 밀명을 받고 서울을 떠나 충청도 미호강의 한 줄기인 작천(鵲川)을 걷고 있었는데, 나무 근처에서 요란하게 울부짖는 어미 까치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남자 팔뚝만큼 굵은 독사가 까치 새끼가 있는 둥지를 덮치려는 순간 그는 동창(銅槍)으로 독사의 꼬리를 잘라 새끼들을 구해줬다.

다시 길을 나선 그는 목이 말라 실개천에서 물을 마시려는데 어미 까치가 나타나 방해했다.

영문을 알지 못한 그가 화를 내며 다시 물을 마시려는데 이번엔 물속에 있던 개구리와 물고기들이 죽어 떠올랐다.

꼬리가 잘린 독사가 실개천에 독을 풀어 복수하려 했는데, 어미 까치가 막아준 것을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전설로 이곳 실개천은 '뱀내', 주변 동네는 '까치말'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다양한 지명과 유래담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디지털문화대전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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