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 대통령 3차 출석 요구할까
(과천= 김성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윤석열 대통령 조사 방식을 두고 고심 중인 26일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의 모습. 2024.12.26
박재현 김다혜 권희원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머무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인데, 이례적인 영장 청구를 두고 '발부 가능성을 따져 영장 법원을 택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30일 오전 0시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공수처법 제31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가 기소하는 고위공직자 범죄 등 사건의 1심 재판은 중앙지법이 관할한다.
다만 범죄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기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수처는 이런 단서 조항에 근거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범죄지, 증거 소재지, 관저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냐"며 "기존에도 인신에 관한 영장 등을 다른 법원에 청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 어쨌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 7차례의 구속영장 가운데 중앙지법이 아닌 곳에 청구된 영장은 군사법원 관할인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유일했다.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두 차례), 뇌물 혐의 김모 경무관(두 차례), 뇌물 혐의 감사원 간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심사는 모두 중앙지법이 담당했다.
체포영장도 대부분 중앙지법에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 담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한상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1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수처가 근거로 든 공수처법 제31조는 직접 기소하는 사건의 관할을 규정한 것인 만큼 윤 대통령 사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는 판·검사·고위 경찰 등만 기소할 수 있어 윤 대통령 사건은 수사 후 검찰에 넘겨야 하는데, 이런 경우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도록 공수처법 제26조에 규정돼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대응 법원은 중앙지법이다.
통상 피의자 체포는 구속에 이어 기소로 이어지는데 일련의 조치는 같은 관할법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윤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혐의로 중앙지법에 기소한 상황에서 다른 법원에 관련 사건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재판이 서로 다른 법원에서 진행된다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리를 위한 사건 병합이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와 기소는 별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발부 가능성을 따져보고 체포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경찰의 범죄와 직접 관련된 범죄여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당시 남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다른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면 '판사 쇼핑'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중앙지법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한 압수·통신영장을 발부받은 바 있다"며 이런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주 서부지법의 영장 심사는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판사는 법조계 진보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와 경찰이 참여하고 있는 공조수사본부가 체포영장 발부·집행 전 청구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이에 따라 변호인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이례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통상 수사기관은 수사의 밀행성을 위해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체포 대상이 사전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변호인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그동안 대대적으로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거의 실시간으로 외부에 표출됐고 이에 따라 변호인 측도 곧바로 의견서 제출로 대응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