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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식당 예약 줄취소에도 "유족 먼저"…커피나눔 나선 주민들
기사 작성일 : 2025-01-02 14:00:38

커피 봉사 나선 주민들


[촬영 황수빈]

(무안= 황수빈 기자 = "여객기 사고가 나면서 펜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그래도 당장 우리 생계보다는 유족들의 아픔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아침부터 커피를 나눠주고 있어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2일.

무안공항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커피와 차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여객기 참사 여파로 연말과 연초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공항을 찾았다.

펜션을 운영하는 김광식(76)씨는 "여객기 사고가 난 후에 예약이 많이 취소됐다. 마음이 놀기가 그렇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당장 우리 생계가 먼저는 아니라는 생각에 커피를 나눠주러 왔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펜션은 참사 현장이 난 활주로 부근에 있다. 사고 당시 그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김씨는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듣고 놀라서 뛰쳐나오니 비행기가 폭발하고 있었다"며 "당분간 펜션 운영에 지장이 있겠지만 유족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항 활주로 인근에도 찾아가 추위 속에서 일하는 경찰들에게 따뜻한 차를 나눠줬다.


커피 봉사 나서는 주민들


[촬영 황수빈]

활주로 부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강은우(52)씨도 이른 아침부터 따뜻한 커피를 준비했다.

몸살로 아픈 몸을 이끌고 커피 50잔을 직접 만들어 공항까지 가져가 나눠줬다.

강씨 역시 예약 취소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그는 "환불을 안 받고 펜션 예약 당일 오지 않은 분도 있었다"며 "원래 근처에서 폭죽도 터트리고 그럴 시기인데 조용하다.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아픔을 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 드리자는 생각이 나 준비했다"고 했다.

인근 식당들 역시 여객기 사고 여파로 분위기가 안 좋은 건 매한가지였다. 그런데도 다들 "유족들이 먼저"라며 입을 모았다.

횟집을 운영하는 유정필(40대)씨는 "갑작스레 이런 일이 생겨서 마음이 아프다"며 "직접적으로 힘이 못 돼 미안한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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