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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사고지점 반대쪽 콘크리트 둔덕…당국 존재도 몰라
기사 작성일 : 2025-01-03 14:00:30

(무안= 박철홍 천정인 임성호 기자 =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 사고 지점 반대편 활주로에도 원래 둔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활주로의 높낮이 차 때문에 둔덕 설치가 필수라는 관계 당국의 기존 설명과 맞지 않는다.

또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반대편에 둔덕이 있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설명을 믿으라고만 하고 있다.


무안공항 사고지점 활주에도 둔덕


(무안=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지점 반대편 활주로 로컬라이저 시설에도 과거에 둔덕(붉은 원)이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018~2023년 왼쪽부터 구글, 다음, 네이버 등 지도상 로드뷰의 모습. 2025.1.3 [각 포털사이트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로컬라이저 둔덕 왜 높였나…국토부 "활주로 높이차 때문"

사고지점인 19활주로 끝단(01활주로 시작점)에는 높이 2m의 콘크리트 구조 둔덕 위에 2m 높이의 로컬라이저(LLZ)가 있었다.

LLZ는 90Hz(왼쪽)와 150Hz(오른쪽)로 변조된 신호를 송출하는 일종의 안테나 장치로, 양 주파수 변조의 깊이(DDM)가 '숫자 0'을 지시하는 것으로 항공기에 활주로의 중앙값을 보낸다.

항공기는 활주로 끝단에 있는 LLZ에서 신호를 받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LLZ를 올려 설치한 2m 높이 둔덕 내 지지대로 10여개의 콘크리트 기둥과 상판을 설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 지점 둔덕은 왜 지상보다 2m가량 높게 만들어졌을까.

2015년 국토부가 용역 조사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공항시설 개선 방향 연구'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활주로는 양끝단이 5.6m 높이차가 있다.

하나의 활주로를 두고 북쪽으로 이착륙하면 01활주로, 남쪽 이착륙은 19활주로로 활용하고 있는데, 19활주로의 끝단의 LLZ는 반대쪽보다 지대가 낮은 탓에 항공기에 신호가 정상 도달하려면 둔덕을 약 2m 이상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이 2m 높이로 설치된 것은 활주로 높이 이상으로 시설이 올라와 있지 않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전파 각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위각시설에 묻힌 엔진


(무안= 김도훈 기자 =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국과수 및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엔진이 파묻힌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2025.1.3

◇ 지대 높은 사고지점 반대편도 둔덕…국토부 등 현황 파악도 못 해

높이차 탓에 둔덕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면 사고지점 반대편 활주로 LLZ는 어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01활주로 끝단(19활주로 시작점)은 활주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며 기존 LLZ는 철거한 상태다.

과거 설치 현황을 질의하자 국토부는 "북쪽(01활주로 끝단)에는 철거하기 전에도 원래 둔덕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고, 한국공항공사 측도 "원래 01활주로 쪽은 둔덕이 없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 과거 01활주로를 찍은 여러 지도 앱의 로드뷰 사진을 검색한 결과 01활주로 끝단에도 19 활주로 보다는 낮긴 하지만 둔덕 위에 LLZ가 설치된 장면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진으로 보지 말고, 공항공사가 말하는 게 정확하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국토부 기존 설명대로 높이차 때문에 둔덕을 높여 설치한 거라면 지대가 높은 활주로에도 둔덕을 설치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현황을 국토부와 공항공사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은 비판 대상이다.

일부 전문가는 둔덕 설치는 활주로의 높낮이 차 때문에 설치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황경철 한국항공대 항공안전교육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LLZ를 높여 설치한 이유는 활주로의 높이차 때문이 아니고, 활주로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주로가 짧으면 항공기가 더 미리 신호를 받아 착륙을 할 수 있도록 15도 각도로 신호를 높은 곳에서 보내야 한다"며 "LLZ를 높일 수밖에 없어도 구조물은 사고 시 쉽게 부러지거나 넘어가는 재질과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 건 상식이다"고 밝혔다.

영상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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