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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공립 대안학교 단재고 3월 개교…어떻게 운영되나
기사 작성일 : 2025-01-04 10:00:32

(청주= 윤우용 기자 = 일제 강점기 역사학자, 언론인,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은 충북교육의 사표로 통한다.

단재 선생은 1880년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고향인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서 유년기를 보내 충북과 인연이 깊다.

충북도교육청은 1984년 단재교육상을 제정해 선생의 얼을 기리고 충북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인사들에게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청주시 상당구 단재초등학교와 1987년 교직원 연수기관으로 개원한 단재교육연수원은 선생의 호를 따 교명과 기관명을 지은 경우다.

4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단재'를 교명으로 하는 학교가 또 개교한다.

충북 유일의 미래형 공립 대안학교인 단재고가 옛 청주 가덕중학교 자리에서 오는 3월 문을 여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늦게 개교하는 단재고는 재능과 희망 진로가 있지만, 강의식 수업이나 객관식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다.

개교가 늦어진 것은 교육과정을 재설정하기 위해서였다.


단재고 전경


[단재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모로 결정한 단재고의 교육 비전은 '빛나는 배움으로 함께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는 단재인'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빛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교육공동체와 함께 미래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학생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교육목표는 '개성이 넘치는 전문가, 공동체와 성장하는 실천가, 미래를 그리는 탐험가'로 결정됐다.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삶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 역량을 기반으로 한 학생 중심 수업이다.

즉 토의와 토론, 프로젝트 수행, 에세이(소논문) 작성·발표 등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실시하고, 개념 이해와 고차원적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평가도 논술·서술형을 지향한다.

교육과정은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준비하는 '기초 교과', 공동체성과 인성을 강조하는 '단재 교과', 희망하는 진로에 맞춰 선택한 과목을 4학기에 걸쳐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지식을 확장하는 '미래 교과'로 구성됐다.

도교육청은 단재고에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단재고의 새로운 수업과 평가의 기본 방향은 IB 프로그램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르면 2027년 단재고가 IB 인증학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진보성향 교육단체인 충북교육연대와 '단재고 정상 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은 이 같은 도교육청의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도교육청의 졸속적인 IB 도입은 논란의 대상일 뿐 아니라 특권교육으로 변질할 소지가 다분하다. 윤건영 교육감의 슬로건인 '교육의 품에서 한 명 한 명 빛나는 아이들'은 줄세우기식 입시 경쟁 교육으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개교 준비를 했다.

각 교과 교육과정 전문가, 대안교육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15차례 이상의 연수와 협의, 선진지 탐방 등을 통해 단재고의 수업과 평가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교육과정을 만들었다고 도교육청은 강조했다.

이 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말 신입생 선발에서 평균 2대1(최고 3.75대 1)의 경쟁 속에 32명이 뽑혔다.

도교육청은 이들이 학교생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음 달까지 모두 6차례 사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현재 4차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단재고만의 독특한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토론 및 프로젝트 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도교육청은 귀띔했다.

도교육청은 개교가 1년 연기됨에 따라 2학년 전입생 32명도 뽑고 있다.

학년당 2개 학급이 운영돼 학급당 학생 수는 16명이다.


'단재 교과서'


[충북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과서 '단재와 나', '단재의 삶과 사상'이 인정도서 심의를 통과하는 등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준비도 무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단재고에 근무할 교사(8명)도 3월 1일자로 발령할 예정이다.

이 학교에 IB 학위(Diploma)가 도입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국내 대학뿐 아니라 해외 대학도 진학 가능하다는 게 도교육청 설명이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첫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단재 선생의 얼을 잇는 단재고가 글로벌 미래인재를 키워내는 충북의 대표 미래학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육과정 재설정을 위해 개교를 1년 연기하는 등 산고를 겪은 단재고가 새로운 유형의 미래인재 육성학교로 발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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