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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 ⑥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든든한 희망파트너' 될 것"
기사 작성일 : 2025-01-05 08:00:16

지구촌나눔운동 김혜경 이사장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미령 기자 = "오랫동안 선진국이었던 나라가 아니라 전쟁과 빈곤을 극복한 우리나라가 해외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건 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죠."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나눔운동의 김혜경(68) 이사장은 한국이 국제개발협력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구촌 빈곤문제 해결 기여를 위해 1998년 설립된 지구촌나눔운동은 개도국 저소득층 국민의 자립에 방점을 두고 베트남, 몽골, 동티모르, 미얀마, 르완다, 케냐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15개국에서 활동 중이다.

김 이사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몸담고 있던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서 듣게 된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성들의 목소리가 국제개발협력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내란 중에 성폭행을 당했다거나 돈이 없어서 외국으로 결혼을 갔는데 인권유린을 당하고, 가정부로 가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듣고 '빈곤 문제가 인권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구촌나눔운동 창립 멤버인 그는 "당시 우리 국민소득이 1만불을 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는데 이제 우리도 해외 돕는 일을 시작해야 하고, 나아가 그 나라 시민사회가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고 단체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몽골 가축은행


몽골 가축은행에서 젖소를 지원받은 유목민이 우유를 짜서 담은 통을 들고 있는 모습.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표적 자립지원 사업은 2000년대 초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교외의 자르갈란트 마을에서 시작한 가축은행 사업이다.

극심한 한파와 폭설로 생계에 필수적인 말 수백만 마리가 죽고 주민 상당수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지구촌나눔운동은 주민에게 다 성장한 소나 말을 빌려주고 이들이 우유나 마유(말젖)를 팔아 2주마다 돈을 갚아나가도록 했다.

김 이사장은 "사업이 10년 가까이 되면서 마을에 빈곤층이 거의 없어지는 성과를 봤고, 몇 년 전부터는 주민들이 우유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함께 포장해 판매하는 사업까지 하고 있다"며 "자립 지원을 거쳐 공동체가 한 발 더 일어서는 과정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정치적 힘도 생기게 된다. 단순 구호 활동이 의존심을 준다면 자립은 자신감을 갖게 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구촌나눔운동은 그 밖에 저소득층 국가 이웃 중에서도 장애인이나 문맹 등을 위한 '출발 지원 사업'도 케냐, 베트남 등지에서 진행 중이다.

김 이사장은 "케냐 우아신기슈 지역에선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분들을 보면 오토바이나 택시가 운전을 험하게 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조 그룹 외에도 사전에 사고를 막아 보자는 생각에서 택시기사와 주민들에게 안전 교육을 하고 안전 장비도 보급했다. 반응이 좋아서 같은 모델로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베트남 한-베 장애인 재활센터 방문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단체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모금"이라며 "요새는 전화로 후원 요청하기도 어렵고, 우리는 빈곤을 너무 자극적으로 묘사해 광고하는 것도 지양하고 있어서 대중 모금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캠페인이나 해외 봉사단 파견 사업을 하고 있고, 재단이나 기업을 통한 후원금 확보도 하고 있다"며 "후원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는 건 저희는 기부금 1만원을 내면 10만원 이상의 효과를 내는 단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다며 여전히 국제개발협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선 "6·25 이후 어려울 때 해외에서 우리를 도운 국가 중에도 어려운 나라가 있었다. 부자들이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면 지탄을 받는 것처럼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이제 우리도 국가적으로 가난한 나라를 돕는 위치에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느덧 설립 26년을 맞은 지구촌나눔운동의 목표는 '지구촌의 희망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의 역할은 (지구촌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넘어 희망을 주는 파트너이자, 동시에 직접 돕고 싶지만 형편상 저희에게 심부름을 맡긴 후원자들의 파트너기도 하다"며 "지구촌의 든든한 희망파트너가 되는 게 활동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암소은행에서 지원해준 암소가 송아지를 낳아 기뻐하는 베트남 농민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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