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프리 전문 베이커리 '달롤컴퍼니' 박기범 대표
[촬영 임순석]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달롤컴퍼니가 생산하는 글루텐프리 롤케이크
[촬영 임순석]
(김포= 신민재 기자 = 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식단에 '제로 푸드' 열풍이 거세다.
'제로 슈거'(무설탕)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밀가루 제로' 식품을 찾는 소비자도 점점 늘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청년 스타트업 '달롤컴퍼니'(이하 달롤)는 밀가루가 전혀 함유돼 있지 않은 글루텐프리 전문 베이커리로 주목받는 회사다.
밀가루 반죽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은 빵류 제조 과정에서 식감과 부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체내에서 각종 알레르기나 소화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시중에서 '쌀빵'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기술력과 생산설비의 한계로 인해 달롤처럼 밀가루를 섞지 않고 100% 쌀로 만든 베이커리는 드물다는 게 박기범(37) 달롤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서 밀가루빵과 유사한 식감, 맛을 구현하는 게 글루텐프리 베이커리의 핵심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달롤은 첨가물 없이 쌀로 빵을 만드는 기술로 지난해 초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다.
또 생산설비와 제조과정에 대해 미국 글루텐프리 인증기관인 GFFP(Gluten Free Food Program)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업체이기도 하다.
미국 GFFP 인증 소개하는 박기범 달롤 대표
[촬영 임순석]
박 대표는 대학에서 조리외식경영학을 전공한 뒤 국내 유명 호텔과 식품 대기업에서 베이커리 기획과 개발, 마케팅 등을 맡아 8년여간 근무했다.
'제대로 된 글루텐프리 베이커리로 승부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2018년 빵 만드는 직원 2명을 채용하고 서울에서 창업했다.
창업 초기 박 대표는 스스로 제품 배송차량을 운전하며 백화점을 비롯한 매장에 납품하는 고단한 일상에서도 밤낮없이 새 제품 기획과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대형 호텔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면서 제조, 납품, 유통을 모두 경험해 빵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며 "편의점과 백화점을 돌며 소비자들의 입맛과 트렌드를 읽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고 했다.
경기 김포에 있는 달롤컴퍼니 사옥 전경
[촬영 임순석]
박 대표는 글루텐프리 베이커리의 핵심 재료인 '좋은 쌀'을 찾아 김포금쌀로 유명한 김포시에 2022년 공장을 짓고 회사를 이전했다.
그는 "10여종의 국내 쌀을 테스트했는데 예부터 임금님 수라장에 올랐던 진상미로 유명한 김포금쌀로 빵을 만들었을 때 식감이 가장 우수했다"며 "여기에 물류와 인력 확보 등의 입지 조건이 맞아 김포에 둥지를 틀었다"고 설명했다.
달롤이 판매하는 40종의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중 쌀카스테라, 롤케이크, 치즈케이크, 모닝빵, 휘낭시에 등은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CU편의점, 마켓컬리, 삼성웰스토리, 풀무원 등 국내외 40여개 유통채널에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글루텐프리지만 맛있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회사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쌀로 만든 줄 몰랐다'거나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창업 첫 해 매출이 2억원이었던 달롤은 6년 만에 연 매출 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100% 김포금쌀로 만든 쌀가루 검수하는 박기범 대표
[촬영 임순석]
매년 수십t의 김포금쌀을 소비하는 달롤은 전체 직원 36명 중 70%가량이 김포 주민일 정도로 지역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부도 국산 쌀 소비에 앞장서는 청년 스타트업 달롤에 '농식품 모태펀드'를 통해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술대상'에서 기술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등과 협력해 글루텐프리 도우와 빵을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카페의 디카페인 메뉴처럼 쌀로 만든 피자와 햄버거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포시민'인 박 대표는 "서울이 아닌 김포에서도 분당처럼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면서 "소비자들이 믿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오래 가는 회사'를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