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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건국 이래 가장 약해진 국방장관 권력…美中대화에도 영향"
기사 작성일 : 2025-01-12 13:00:56

둥쥔 중국 국방부장


[ 자료사진]

(베이징= 정성조 특파원 = 전임자들의 잇단 실각 속에 2023년 말 임명된 둥쥔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이 그간 '당연직'으로 여겨진 중앙군사위원과 국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권한이 약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중국의 군 최고 지휘부는 중앙군사위(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와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정원 7명으로 인원 구성은 동일)다.

국방부가 군을 지휘하는 한국·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에선 군사 사무를 중앙군사위가 담당하고 국방부는 주로 행정 업무를 맡는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에선 통상 국방장관이 국가원수에 이어 '군 2인자' 역할을 하지만 중국에선 국방부장이 7명의 중앙군사위원 중 주석(시진핑)과 부주석 2명(장유샤·허웨이둥)에 이은 한 명의 위원일 뿐이다.

그런데 부패 문제로 실각한 웨이펑허(2023년 3월 퇴임 후 낙마)·리상푸(그해 10월 해임) 후임으로 2023년 12월 중국 국방부장에 임명된 둥쥔 현 부장은 전임자들이 겸임한 중앙군사위원직을 1년 넘게 맡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장이라면 서열 1위로 당연히 겸직해온 국무위원직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그간 둥 부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던 중앙군사위 서열 5위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에 대한 감찰 조사가 작년 11월 이례적인 국방부 발표로 공식화한 상황이기도 하다.

SCMP는 "수십 년간의 선례가 깨지면서 둥쥔은 1949년 중국 건국 후 가장 힘이 약한 국방부장이 됐다"며 "일련의 사건이 둥쥔의 역할과 중국의 정치 서열에서 국방부장의 권위에 의혹을 던지면서, 둥쥔이 진정 중국 최고 군사 지도자들을 대변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대다수 국가에서 공식 서열은 대개 정보 접근권과 권력 근접성으로 해석된다"며 "지휘계통에서 둥쥔의 지위가 명확히 낮다는 것은 그가 중국군 훈련과 전투 계획에 관한 주요 결정에서 배제돼있고, 고위급 국무원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장이 빠진 중국공산당·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둥 부장이 중앙군사위원이나 국무위원으로 올라설 기회는 작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나 7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그리고 사이사이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등이 고위급 인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가 인사는 없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닐 토머스 중국정치 연구원은 이런 상황이 일종의 '격하'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국방부장 격하는 중국군에 대한 그의 혐오(disgust)와 불신을 보여준 것 같다"며 "국방부장이 국무위원이나 중앙군사위원직을 다시 얻는다면 시 주석이 중국군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방부장의 '격'이 낮다는 문제가 중국의 현안 가운데 하나인 미중 군 지휘부 접촉 등 군사 외교에도 영향을 준다고 본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22년 7월 언론 브리핑에서 미 국방장관의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국방부장이 아니라 중앙군사위 부주석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이에 앞서 자국 국방장관과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 간 면담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국방부장을 내세우며 몇 차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둥 부장은 중앙군사위원·국무위원을 겸직한 당시 국방부장보다 사실상의 서열이 더 낮은 상태다.

중국 군사법 전문가인 쩡즈핑은 "(중국과 외국 국방장관의) 실제 지위가 동등하지 않다면 평등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닐 토머스 연구원은 "중국 국방부장과의 만남은 과거보다 가치가 적어졌다"며 "외국 군대는 가급적 당 정치국 위원인 두 명의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만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우보 중국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중국군 예비역 대령)은 "중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국 국방장관을 직접 동일시할 수 없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국방부장이 군사 외교의 최고 대표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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