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변론준비기일 참석한 김복형·김형두 헌법재판관
김성민 기자 = 김복형 헌법재판관(왼쪽)과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해 앉아 있다. 2025.1.13 [공동취재]
황윤기 이도흔 기자 =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 측은 현 정국을 "헌정사상 유례없는 이중의 공백 사태"라며 윤석열 대통령보다 자신의 탄핵심판 사건을 우선해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 측 대리인은 1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차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한 총리)의 탄핵소추 이후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더 심각한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며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한 심리와 결정을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변론준비기일 참석한 한 총리 측 변호인단
김성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한 국무총리 측 변호인단이 참석해 있다. 2025.1.13 [공동취재]
한 총리 측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우선 심리 방침과 관련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다른 사건을 제쳐두고 우선 심리하면 정당성과 형평성에 심각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도 이 사건에 대한 심리와 결정이 우선으로 진행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한 총리 측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와 같이 과도한 권한이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체제는 민주적 정당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첫 변론준비기일 참석한 국회 측 변호인단
김성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국회 측 변호인단이 참석해 있다. 2025.1.13 [공동취재]
국회 측은 "현 정국을 안정시키려면 이 모든 불확실성의 원인이 됐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관한 탄핵소추 사건이 조기 종결돼야 한다는 게 명백하다"며 "본 사건이 대통령 탄핵보다 우선해 진행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던 시기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성이 심화했고 오히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가 된 뒤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의결정족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심판이 각하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국회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의 찬성으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이 무효이고, 이번 탄핵심판 역시 무효인 탄핵소추 의결에 근거했다는 취지다.
한 총리 측은 대통령 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었던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가중탄핵 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한 주심 김형두 재판관은 국회 측에 "탄핵소추 의결 당시 회의록에 의하면 국회의장은 헌법학회와 국회입법조사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의결 정족수를 판단했다고 기재돼 있다"며 "이런 판단의 근거 내지 자료를 찾아서 제출해달라"고 했다.
한 총리 측이 "탄핵 정족수가 가중정족수인지 일반정족수인지 문제를 다음 변론준비기일까지 헌재에서 신속히 결정해달라"고 하자 국회 측이 "저희는 당연히 해당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선결 과제로 판단해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
김성민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리고 있다. 2025.1.13
양측은 수사기록 확보 문제를 두고도 부딪혔다.
국회 측이 "비상계엄과 관련된 형사기록들이 있어서 인증등본 송부를 신청하겠다"고 밝히자 한 총리 측은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정한 헌재법 32조를 들어 반발했다.
한 총리 측은 "수사 서류에 대해서는 헌재법 32조에 금지돼 있기 때문에 법 위반이고, 수사자료를 송부할 경우 상당히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형두 재판관이 "저희는 (헌재법 32조에서) 금지하는 것은 수사 진행 중인 기록의 원본을 말한다고 해석한다"며 심판사무규칙에 근거해 인증등본을 보내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2차 변론준비기일을 다음 달 5일로 지정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양쪽 대리인께서 협조하셔서 신속하게 해주시면 저희로서도 그것을 받아들여서 재판도 신속하게 할 생각"이라고 당부했다.
정부서울청사 나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홍해인 기자 = 국회 탄핵소추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