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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인사회, 트럼프 불법이민 단속에 불안불안…"상담전화 쇄도"
기사 작성일 : 2025-01-23 11:01:04

시카고 상점에 붙은 이민세관단속국 거부 포스터


[AP 자료사진]

(뉴욕=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내 서류미비(불법) 이민자에 대한 현장 단속과 추방이 임박했다는 예고가 나오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사회 일각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미주 한인단체들이 전했다.

미국 거주 교민 중 다수는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합법 체류 신분을 가지지 못했거나 현재 체류 신분 변경을 진행 중인 교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단체인 민권센터의 차주범 선임 컨설턴트는 22일(현지시간)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이 비대면으로 개최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자 정책 대비 공동 대응방안' 회견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미교협 가입 단체에 무수한 전화가 쏟아졌다"고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교협은 미국 내 한인 거주가 많은 6개 주(州)에 있는 한인동포 권리옹호 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협의체다.

차 컨설턴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공약 탓에 추방을 걱정하는 서류 미비자 교민은 물론 시민권자와 결혼해서 신분 변경 과정에 있는 분 등이 다양한 개인 사례를 갖고 문의를 해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피난처'(sanctuary)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시카고의 경우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 단속 작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며 현지 한인 사회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기도 했다.

한영운 미교협 오거나이징 디렉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카고 등 피난처 도시와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를 대상으로 먼저 단속을 시작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에 단속 관련 정보가 들어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뉴욕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끄는 도시들은 트럼프 1기 때도 그의 이민 정책 이행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이들 지자체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로 불려왔다.

김갑송 민권센터 디렉터는 "트럼프 1기 때는 피난처 도시를 상대로 한 기습 단속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피난처 도시가 타깃이 될 것이란 얘기가 많이 퍼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취임 이후 서류미비자 한인이 단속으로 체포됐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제도를 통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한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도 폐기를 공약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고 미교협 관계자들은 전했다.

DACA는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 하는 이들에게 추방을 면하고 취업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에 만들어졌다.

불법 체류 한인 가운데선 미국에 수십 년간 거주하며 미국 내 한인 사회에 뿌리내린 지 오래된 동포들도 많다 보니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엄포가 미주 한인 사회에선 '남의 일'이 아니라고 미교협 관계자들은 말했다.

미교협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이민자 정책에 대응해 한인 동포들을 위한 권리교육을 강화하고, 권리구제·보호를 위한 핫라인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이민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응법 등을 담은 모바일 앱 '나의 권리알기'(Know your rights 4 immigrants)도 업데이트했다.


나의권리알기 앱 화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단속을 국정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천명하면서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 새 임기 동안 이 문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싸잡아 "수백만 명의 범죄자 외국인들"로 지칭하며 물리쳐야 할 '악'으로 규정해왔다.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한국인의 수는 그 특성상 정확한 통계는 없으며 추정치만 있는데, 그마저도 최신 자료는 없고 기관별 추정치의 차이도 크다.

미 국토안보부 통계실의 올해 4월 발간 자료에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추정치 기준)의 출신국이 10위인 중국까지만 나와 있으며, 한국은 10위 안에 들지 않았다.

하상섭 외교안보연구소 전략지역연구부 조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미국 트럼프 2기 대(對)중남미 불법 이민자 이민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인 불법 이민자가 2024년 기준 15만∼2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소개했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거주 재외국민은 약 109만명이며, 미국 시민권자(152만명) 동포까지 포함할 경우 총 261만명의 동포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 거주 재외 동포 중 약 6∼8%가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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