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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뉴] 일타강사마저 흥분…부정선거 싸움 끝낼 해법은 이것
기사 작성일 : 2025-01-25 07:00:01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도 부정선거 의혹 제기


전한길 유튜브 영상 캡처

김재현 선임기자 = 영국 패트릭 해밀턴의 소설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지금의 심리학 용어처럼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트럼프는 정치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 극우세력인 '버서'(birther)의 일원으로 가세했다. 버서의 주장은 오바마가 아버지 나라인 케냐에서 태어나 헌법상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것으로, 그들은 음모론이 허위로 드러났는데도 "기록이 위조됐다" 등 또 다른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언론이 "미국 우주선이 달에 가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하자 트럼프는 "언론이 민주당과 짜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의 음모론은 부정선거로 한발 더 나아갔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초반 "기술적 문제 이상"의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고 주장해 재미를 본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하자 "거대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 등 각종 가짜뉴스를 뿌려 의사당 폭동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회창 병역비리 공방 벌이는 홍준표와 김대업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20일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위) 폭로 당사자인 김대업씨가 들어와 공개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2002.8.20.

2002년 한국 대선은 정치 선동꾼의 가스라이팅이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다. 그해 5월 육군 의정 부사관 출신인 김대업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아들 정연 씨의 병역면제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병적기록을 변조, 파기했다고 끈질기게 주장하고 병적기록과 함께 녹음테이프를 또 다른 증거라고 내밀었다.

김대업이 일으킨 '병풍'(兵風)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은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검찰은 정연 씨의 병적기록이 위, 변조됐거나 파기된 사실이 없고 김대업의 테이프도 위조된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차남도 불법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인터넷 매체의 가짜뉴스가 추가로 나오면서 이 후보에게 치명타가 됐다.

최근 확산 일로인 부정선거 논란도 트럼프, 김대업의 거짓 선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설마 저런 직업의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사회적 고정관념과 '상대를 속여서라도 원하는 걸 쟁취해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권력욕구 등 가스라이팅의 전형적 기제가 작동한다는 점에서다.


부정선거 주장하는 여권 지지자들


서대연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어 야당과 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이 와중에 한국사 1타 강사로 불리는 전한길(55)씨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을 옹호하며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전 씨는 선관위가 국정원 조사에 비협조적인 점 등을 부정의 정황으로 거론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언컨대 전 씨가 선거 감시에 직접 참여했더라면 선관위와 언론을 비리의 한묶음으로 싸잡아 공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선거에 여야 각 정당과 교사, 공무원, 은행 직원 등 수만명이 참여해 사전투표부터 수개표 및 결과 입력까지 모든 과정을 감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 최첨단을 달린다 해도 여러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 수개표와 검표 과정에서 사람의 눈을 속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선관위가 어떤 반박 자료를 내놓아도 유권자들이 이를 100% 신뢰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가스라이팅 정치의 악순환을 끊는 해법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를 바꿔 승자독식 구조를 깨트리는 것이 그중 하나다. '선거에서 이기면 좋고 져도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권력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망국적 지역감정이 점차 해소되고 국민이 좌우로 갈려 악다구니 쓰며 싸우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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