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벨리즈 달러 신권 디자인
[벨리즈 총리실 보도자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중미에 있는 카리브해 영연방 벨리즈가 엘리자베스 2세 이미지를 삭제한 벨리즈 달러 신권 지폐 도안을 공개했다.
벨리즈 총리실과 중앙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의 풍부한 유산과 미래 전략을 반영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며 "새로운 지폐에는 국가 영웅 훈장을 받은 두 사람의 생생한 얼굴 모습이 담겼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벨리즈 중앙은행 홈페이지에는 2·5·10·20·50·100 벨리즈 달러 신권 본보기 사진이 게시됐다.
6종 지폐에는 벨리즈 초대 총리를 지낸 조지 프라이스(1919∼2011)와 벨리즈 양당 창당 과정에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필립 골드슨(1923∼2001) 초상화가 담겼다.
조니 브리세뇨 벨리즈 총리는 "우리는 벨리즈의 유산을 시민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며 "더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한편으론 우리보다 먼저 희생한 분들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림 마이클 벨리즈 중앙은행 총재는 "워터마크와 홀로그램 등 다양한 위·변조 방지 조처도 대폭 강화했다"며 "지폐 디자인은 변화하지만, 2 벨리즈 달러를 1달러(미국)에 고정(페그)해 놓은 정책 방향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구권 6종에 모두 디자인이 돼 있던 엘리자베스 2세 초상화는 모두 빠지게 됐다.
벨리즈의 이번 결정은 영국과 결별하고 공화국으로 전환하려는 여정의 이정표로 인식된다.
1981년 영국에서 독립한 벨리즈는 현재 영국 국왕(찰스 3세)이 의례적 국가 원수로 돼 있다.
영국 국왕이 벨리즈 행정부 수반인 총리의 제청으로 총독(Governor-general)을 임명한다.
영국 국왕이 실질적인 통치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는 식민 지배 잔재로 간주하지만, 대체로 영국과의 지원 협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수십년간 현 상태를 유지했다는 분석이 있다.
벨리즈에서는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브리세뇨 벨리즈 총리는 지난 2023년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21년 공화국으로 전환한 바베이도스의 다음 차례는 벨리즈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벨리즈 의회는 앞서 2021년에 벨리즈 노예 후손을 대신해서 영국에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 다른 영연방 국가에서도 관찰된다.
레게 음악계 거장 밥 말리와 세계 육상계를 주름잡았던 우사인 볼트의 모국으로 잘 알려진 자메이카는 지난해 12월 공화국 전환을 목표로 하는 개헌 절차에 착수했고,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역시 공화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영국 BBC방송은 바하마, 세인트키츠네비스, 앤티가 바부다에서도 국체 변경 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연방 왕국(Commonwealth realm)은 앤티가 바부다, 호주, 바하마, 벨리즈, 캐나다, 그레나다, 자메이카,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솔로몬 제도, 투발루 등 총 14개국이다.
벨리즈 코로살 면세지구 산타엘레나 도로
[벨리즈 총리실 보도자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벨리즈
멕시코(북쪽)·과테말라(남서쪽)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동쪽으로는 카리브해와 접한다. 면적(2만2천966㎢)은 강원도보다 조금 더 크다. 수도는 벨모판이다.
언어는 영어를 주로 쓰고 스페인어와 토착어인 크레올(Patois)을 사용한다.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다.
설탕, 바나나, 오렌지 등을 주로 수출한다. 관광 산업도 주목받는다.
한국과는 1987년 4월에 수교했다. 주엘살바도르대사관에서 겸임해 관할하고 있으며, 교민과 주재원 19명(2023년 기준)이 거주한다. 전체 인구는 40만명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