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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실종된 여대생 아버지의 절규 "올해는 꼭 단서라도…"
기사 작성일 : 2025-01-27 12:01:22

이윤희씨 부모의 호소


(전주= 지난해 4월 16일 2006년 전북대학교 인근에서 실종된 이윤희 양의 아버지인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가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4.16 [ 자료사진]

(전주= 나보배 기자 = "우리 윤희가 어디에서든 꼭 살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해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휴대전화 너머로 19년 전 실종된 이윤희씨의 아버지 이동세(88)씨의 가늘지만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희씨는 2006년 6월 6일 수의학과 종강 파티를 마치고 원룸으로 귀가한 뒤 실종됐다.

당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이씨는 수의대 앞에서 피켓을 들거나 딸의 사진으로 도배한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서며 제보해달라고 호소했다.

숯덩이가 된 마음은 19년의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하얘지지 못했다.

어느덧 아흔을 바라보는 이씨는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지난해 '이윤희를 아시나요?'라는 책을 발간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하며 시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도 한다.


실종 딸 찾는 이동세씨


(전주= 이동세씨가 윤희씨를 찾는 전단지를 가득 붙이고 전북대와 전주지검을 오가며 딸의 실종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007.1.7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당시 윤희씨와 함께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윤희씨의 실종 뒤 A씨가 홀로 윤희씨의 집에 들어가 컴퓨터로 인터넷 메신저를 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윤희 찾는 걸 도와주는 분들과 함께 당시 윤희가 사용했던 컴퓨터를 포렌식 했다가 새로운 단서들을 발견했다"며 "A씨 조사를 시작으로 경찰이 다시 윤희 사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싶어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A씨는 윤희씨 실종 당시 친구 3명과 함께 윤희씨의 원룸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A씨와 친구들은 경찰과 119 구조대를 불러 현관문 디지털 도어락을 부순 뒤 방에 들어갔고, 이후 곧 윤희씨 가족들이 도착한다고 하자 강아지 등으로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고 도어락을 교체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A씨가 윤희씨 원룸 도어락의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씨는 "A씨가 윤희 실종 사건의 범인이라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인터넷 메신저 로그인 기록이 확인됐으니 어떻게서든 A씨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완산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 하는 이동세씨


(전주= 이동세씨가 당시 이윤희씨와 함께 전북대학교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7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씨는 설 연휴가 지난 뒤 이러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전주완산경찰서로 가 고소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씨는 그다지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

실종 당시 경찰이 적극적으로 초동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다 경찰로부터 지금까지 윤희씨 컴퓨터 기록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시 사이버수사대 디지털 증거분석실 수사 자료를 보면 경찰은 윤희 실종 이후 PC에 접근한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도, 내게 어떠한 말도 해주지 않았다"며 "만일 그때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면 (수사) 방향이 달라졌을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딸이 아직도 너무 보고 싶다"며 "그날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A씨가 이제는 진실을 꼭 말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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