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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행 피란민들'의 깊은 시름
기사 작성일 : 2025-02-02 10:01:00

광주 고려인마을


[ 자료사진]

(광주= 김혜인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3년 차를 앞두고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피란민들의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

고향에서처럼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한국의 여건을 두고 고국으로 돌아가자니 전쟁이 한창인 곳에서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3년째 잠 못 이루고 있다.

피란민들은 타향에서 정착할 수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이방인 신세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다시피 온 한국에서 광주 고려인마을 지원을 받아 겨우 숙식을 해결하고 있지만, 피란민들의 머릿속은 항상 고향 생각뿐이다.

넓은 집으로 돌아가 열심히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미 전쟁의 폭격으로 돌아갈 곳조차 남아있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크라이나에서 25년을 산 한 피란민은 2일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전쟁으로 인해 사라진 고향을 다시 세우고, 매일 같이 폭격이 떨어지는 그곳에 살 바에 차라리 한국에서 죽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할 정도였다.

대다수 피란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3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의 도움으로 900여명의 피란민이 한국에 들어온 가운데 절반이 넘게 전국 각지로 흩어졌고 400여명이 광주에 남아있다.

한국에서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피란민의 비자를 연장해주겠다고 했으나 최근 해외에서 비자 연장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한국에 있는 것조차 불안하기만 하다.

반면 향수병과 타향살이에 지친 일부 피란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영주권을 가진 피란민 한보바씨는 비교적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자신의 일터였던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진 아내와 자녀는 한번 고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탈출할 수 없기에 한국에 가족을 두고 와야 했던 그였다.

한보바씨는 자기 집과 농장에서 지내며 간간이 번 돈으로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전쟁인 한창인 곳에서 언제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탓에 한국에 남은 가족들은 매일매일 그가 살아있을지 걱정뿐이었다.

이천영 고려인마을 이사장은 "몇십년을 지낸 우크라이나를 떠난 이들은 아무리 한국이 더 안전하다 할지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마을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피란민들이 한국에 정착하기에는 여건이 쉽지 않다"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생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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