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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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기자 = 아프리카 국기들을 살펴보면 초록, 노랑, 빨강으로 된 나라가 유난히 많다.
대륙의 서부 세네갈, 카메룬부터 동부 에티오피아, 남부 짐바브웨와 모잠비크까지 20개국이 넘는다.
3가지 색은 아프리카에서 많이 쓰인다는 점에서 '범아프리카 색'으로도 불린다.
많은 국가가 깃발에 초록, 노랑, 빨강을 넣은 데는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의 영향이 컸다.
3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에티오피아는 1936∼1941년 이탈리아에 강제로 점령됐을 때를 빼고 유럽 열강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오랫동안 독립을 유지한 에티오피아를 높이 평가하면서 같은 국기 색깔을 채택한 것이다.
범아프리카색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티오피아 제국은 1896년 아드와 지역을 침공한 이탈리아에 대승을 거뒀다.
이듬해 황제 메넬리크 2세는 직사각형 모양의 빨강, 노랑, 초록이 포함된 국기 제정을 승인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에티오피아 국기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3가지 색은 이어졌다.
초록은 풍요와 비옥한 토지, 희망을 상징하고 노랑은 종교적 자유와 평화를, 빨강은 억압에 저항한 이들의 피를 각각 뜻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3가지 색은 여러 아프리카 국기로 확산했다.
1957년 3월 가나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국가 중 처음으로 독립했다.
당시 가나의 초대 수상이자 대통령인 콰메 은크루마는 외세에 저항했던 에티오피아에 크게 고무됐고 자국 국기에도 초록, 노랑. 빨강을 넣기로 결정했다.
현재 에티오피아 국기와 가나 국기는 빨강 직사각형과 녹색 직사각형의 배치 순서가 다른 점을 제외하면 흡사하다.
가나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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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에 이어 기니, 말리, 카메룬, 토고, 코모로, 부르키나파소, 세이셸 등 많은 국가가 차례로 독립한 뒤 3가지 색으로 국기를 만들었다.
케냐, 말라위 국기의 경우 빨강, 초록, 검정으로 이뤄졌다.
검정은 자메이카 태생 인권 운동가 마커스 가비가 1920년 세계흑인지위향상협회(UNIA)를 창설하면서 '흑인을 상징하는 깃발'을 주장한 역사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두 국기도 에티오피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에티오피아 국기와 마찬가지로 빨강은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의 피를 상징한다.
결국 아프리카 국기들의 색깔이 비슷한 것은 끔찍한 식민 지배의 아픔을 잊지 않고 연대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55개국을 회원으로 둔 아프리카연합(AU)의 엠블럼 하단에는 대륙 해방을 위해 흘린 피를 뜻하는 빨강 동그라미가 7개 그려져 있다.
아프리카연합(AU) 엠블럼
[AU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