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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멈춘 가자] "모두 돌아오길"…인질 셋 석방에 눈물·환호(종합)
기사 작성일 : 2025-01-20 04:01:00

"사촌 언니는 죽었지만…"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이 발효된 19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서 인질·희생자 가족 샤이 디크만이 석방 과정을 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다. 2025.1.19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저녁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여성 인질 3명을 무사히 인계받았다는 소식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자 관중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히브리어로 "에트 쿨람"(모두를)이라고 선창하자 "아크샤브"(지금)이라고 답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아침까지만 해도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합의를 어기고 있다며 공습을 전격 재개하는 등 긴장 국면이 다시 조성되며 휴전 돌입이 2시간 45분 늦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던 사람들은 오전 11시 15분 휴전이 발효되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광장 한 켠에 서 있던 중년의 자원봉사자 여성 둘이 조용히 서로를 끌어안고 등을 도닥였다.


"무사히 귀환하길"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이 발효된 19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2025.1.19

인질 석방이 예정된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광장의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불안감은 여전했지만 기대감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연단 근처에 서서 방송 생중계를 지켜보던 앳된 얼굴의 여자 대학생 샤이 아크만은 기자에게 "제 사촌언니 카멜 가트는 죽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8월31일 가자 땅굴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 사촌언니 대신 이날 생환한 로미 고넨, 에밀리 다마리, 도론 스테인브레처 세 명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었다.

아크만의 입이 계속 움직였지만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그는 눈두덩이 벌게진 채로 고개를 돌려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방송은 석방 과정을 가감 없이 전했다. 가자 내에서 인질을 태운 자동차가 이동하는 와중 복면을 쓴 하마스 대원이 차량에 올라 소총을 휘젓는 장면이 보이자 좌중이 순간 술렁이기도 했다.


감격의 포옹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이 발효된 19일(현지시간)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서 인질·희생자 가족들이 포옹하고 있다. 2025.1.19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대로 이날부터 6주간 이스라엘 인질 33명이 풀려날 예정이지만 사람들은 마음을 완전히 놓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Bring them home now)라고 쓰인 검정 후드티를 입은 우디 고렌은 "인질 석방 합의는 분명한 진전이지만, 당장 오늘 밤에라도 여러 일들이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렌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했을 때 사촌 탈 차이미를 잃은 후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날 풀려난 세 여성 인질 중 한명과도 친구 사이라고 소개했다.

고렌은 "자기 딸이 살아있는지조차 모르던 어머니는 이제 자기 곁에 딸을 누이고 함께 잠을 청할 수 있게 됐다"며 "당장 우리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고, 모두가 돌아올 수 있도록 휴전 3단계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질 어린이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이 발효된 19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 2025.1.19

납치된 이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과 풍선, 인질들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 등을 둘러보던 노부부는 "제시간에 싸움이 멈추지 않은 것이 실망스럽다"며 "하마스가 진짜로 합의 조건을 다 지킬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히브리어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남편은 "하마스는 아직도 이스라엘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도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인질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다 써봐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가자지구의 어린아이들에게 평화를 추구하도록 교육할 수 없다면 평화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단은 "한국의 많은 사람이 이스라엘의 아픔에 공감해줘 감사하다"며 "한국도 북한 정권이 어서 무너져 남북 사이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가자 어린이들에게 평화 가르쳐야"


(텔아비브=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이 발효된 19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서 단씨 부부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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