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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 연 트럼프발 관세전쟁…'다음 표적 될라' 분주한 아세안
기사 작성일 : 2025-02-05 18:00:58

손 맞잡은 아세안 11개국 정상들


지난해 10월 9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45회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11개국 정상들이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방콕·자카르타= 박진형 강종훈 박의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자 동남아시아 각국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2023년 기준 아세안의 대미 흑자는 약 2천억 달러(약 289조3천억원)로 최대 규모다.

특히 아세안은 트럼프 1기 시절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탈중국' 현상의 수혜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다시 한번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연관 공급망까지 추적한다고 공언하면서 아세안 주요 국가가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다급해진 나라는 베트남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계절조정)는 1천116억 달러(약 160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약 18% 증가했으며,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중국, EU, 멕시코 상대로 관세 부과를 발표했거나 예고한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에도 곧 관세 위협이 밀어닥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게다가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미 재무부에 의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베트남은 앞서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2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이후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물품 구매 등을 통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22일 베트남의 막대한 대미 흑자를 재조정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잉사 항공기를 구매할 것을 다시 약속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와 기타 미국산 첨단기술 품목 구매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또 군사 장비, 인공지능(AI)용 반도체 등 미국산 고가품을 더 많이 구매해 대미 흑자 폭을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베트남 하이퐁 딘부항


[신화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354억달러(약 51조5천778억원) 규모 대미 흑자를 기록한 태국도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태국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탄 수입을 최소 100만t 늘리도록 석유화학기업들에 요청했으며, 사료용 콩가루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도 확대할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태국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는 협상 대상이 될 것"이라며 "선제 대응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피차이 나립타판 태국 상무부 장관은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피차이 장관은 출국에 앞서 "미국이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태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태국 내 미국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재계도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우려하며 당국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태국해운협회(TNSC)는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며 '트럼프 2.0 정책 긴급상황실(워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앞서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단독으로는 미국과 효과적으로 협상하기 어렵다며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해 미국과 무역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손 맞 잡은 브라질·인도네시아 정상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 손 맞잡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왼쪽)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대통령[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아세안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대미 흑자 규모가 연 100억달러(약 14조4천500억원)대로 아세안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작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다른 시장 개척을 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브릭스(BRICS) 가입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6일 브릭스 정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

인도네시아는 브릭스 가입이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목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지난해 출범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가 브릭스 가입 등의 행보를 취하면서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가까워지려는 외교 노선을 택하고 있어 이에 따른 보복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는 미국과 협력을 유지하면서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다른 국가와의 무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3일 의회에서 미국 관세가 부과되면 말레이시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며 "무역을 확대하고 다변화하는 선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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