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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산양 '겨울 떼죽음' 올해는 피했나…폐사신고 '뚝'
기사 작성일 : 2025-02-09 07:00:35


지난해 2월 24일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먹이를 찾지 못해 산에서 내려온 산양이 마을 주변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다.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영 기자 = 지난겨울 발생한 '천연기념물 산양 집단폐사 사태'가 올겨울엔 다행히 반복되지 않고 있다.

9일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멸실(폐사) 신고된 산양은 4마리였다. 작년 1월 140마리가 폐사한 것에 견주면 급감했다.

산양이 유독 많이 죽은 작년을 빼고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1월에 폐사 신고가 이뤄진 산양(총 20마리)이 연평균 2마리 정도라는 점에서 올해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도 볼 수도 있다.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폐사한 산양은 총 17마리다.

1년 전 같은 기간 죽은 산양 166마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 부속서Ⅰ(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국제 거래에 영향받거나 받을 수 있는 종)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이런 산양이 지난겨울을 전후한 기간 1천마리 넘게 생명을 잃었다.

재작년 11월부터 작년 5월까지 당국에 폐사했다고 신고된 산양은 1천22마리에 달한다.

올해 작년처럼 산양이 다량 폐사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당국은 산양 서식지에 작년보다 눈이 덜 온 점을 차이로 꼽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산양 서식지에) 눈이 많이 내린 뒤 비가 오고, 기온은 계속 영하인 상황이 반복됐다"며 "눈이 얼면서 산양이 눈을 헤치고 지표면에 풀을 찾아 먹는 등 먹이활동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는 날씨가 나타나지 않은 점이 특히 큰 차이"라고 부연했다.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소 중 북강릉(강원 강릉시 사천면) 지점 작년과 올해 1월 적설 기록을 보면 작년에는 최고 15.7㎝ 눈이 쌓였지만, 올해는 1.4㎝가 최고치다.

눈이 많이 쌓이면 먹이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산양과 같은 네발 동물은 이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도 한다. 배가 눈에 닿기 때문이다. 산양은 다리가 짧은 편이어서 눈이 쌓였을 때 움직임이 힘겹다.



작년 2월 22일 인제군 북면 미시령에서 산양이 눈 속에 갇혀 있다.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날씨에 주목하는 당국과 달리 환경단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차단하고자 설치한 울타리를 산양 집단폐사 주원인으로 본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보고서에서 "2019년 ASF 차단 울타리를 설치한 뒤 2020년 산양 폐사율이 3.9배 급증했다"며 "울타리가 서식지를 파편화해 개체군을 고립시키고 환경 변화 적응력을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작년 산양 폐사체가 나온 705개 지점을 분석한 결과 폐사체는 강원 화천·양구·인제·고성 등 비무장지대 쪽과 설악산국립공원을 지나는 국도 주변에 집중됐다.

단체는 "화천과 양구는 ASF 차단 울타리와 군 철책이 많은 곳"이라며 "폭설로 인해 먹이를 먹기 어려워진 산양이 생존을 위해 이동하던 과정에서 울타리와 험준한 지형 등 장애물에 부딪혀 폐사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산양 폐사 신고가 적은 이유로 작년 너무 많은 수가 죽었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지난겨울 전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산양은 최대 약 2천마리로 추산됐다.

환경부는 201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전국에 산양이 700∼800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런 추정치를 고려하면 지난겨울 최소 국내 산양 절반이 폐사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겨울 산양이 대거 폐사하자 올겨울을 앞두고 강원 북부지역 ASF 차단 울타리 40여곳을 개방하는 등 보호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다.

대책도 일부 효과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 폐사한 산양이 급감했지만, 아직 겨울이 끝난 것은 아니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에도 2월(227마리), 3월(367마리), 4월(233마리) 등 늦겨울과 봄에 827마리가 폐사했다고 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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