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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플 브뤼셀] '무늬만 벨기에 초콜릿' 구별법은…길리안 공장 가보니
기사 작성일 : 2025-02-09 08:00:59

자동화 설비에서 제조 중인 길리안 초콜릿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지난 7일(현지시간)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공장에서 초콜릿이 제조되는 모습. 2025.2.9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만 적혀 있다고 다 똑같은 벨기에산 초콜릿이 아니랍니다."

7일(현지시간) 벨기에 북부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본사에서 만난 관계자는 '무늬만 벨기에산' 구별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벨기에 당국의 '초콜릿 코드'(Chocolate Code)를 부여받은 경우에만 길리안처럼 포장 전면에 '메이드 인 벨기에'(made in Belgium·벨기에 생산)라고 표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출입금지' 길리안 공장의 헤이즐넛 보관소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7일(현지시간)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공장 내 헤이즐넛 원두 보관소를 외부에서 찍은 모습. 이곳 보관소는 오염, 훼손 등 방지를 위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다. 2025.2.9

초콜릿 코드란 벨기에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외국계 기업에 인수돼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등 벨기에가 자랑하는 초콜릿 산업의 '명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벨기에 관련 산업협회가 2008년 도입한 일종의 규약이다.

이 규약에 따르면 '벨기에산'은 초콜릿 혼합, 정제 등의 공정이 모두 벨기에에서 이뤄져야 제품 전면에 '벨지안 초콜릿', '메이드 인 벨기에' 등으로 표기할 수 있다.

자발적 규약이지만 협회 영향력이 워낙 큰 데다 현지에서는 관심이 높고 민감한 업종이어서 대부분 업체들이 차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조사 중에서는 모호한 표기로 소비자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포장 전면에 '벨기에 19XX' 등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이는 역으로 길리안이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 등 인접 국가 이전을 마다하고 68년째 '메이드 인 벨기에' 철학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벨기에 길리안 초콜릿 공장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7일(현지시간)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공장 전경. 2025.2.9

길리안은 1958년 신트니클라스에 살던 쇼콜라티에 기 푸베르(1938∼1986)가 창립한 브랜드다.

자신과 부인 릴리안의 이름을 합쳐 길리안이라는 상호명을 지었고, 휴가 중 해변가에서 우연히 본 조개껍데기에 착안해 시그니처인 '시쉘(Seashell) 초콜릿'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대리석 마블링 문양을 입힌 시쉘 초콜릿 껍데기 안을 헤이즐넛을 배합한 초콜릿 페이스트 '프랄리네'로 채운 것도 창립자의 아이디어다.

특히 길리안이 2008년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에 인수된 이후에도 이런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생산 공장도 축구장(7천140㎡) 7개 면적의 부지에 있는 신트니클라스 공장 1곳으로, 이곳에서 전 세계 160개국으로 '벨기에산' 제품이 수출된다.

롯데가 유일하게 '손을 댄' 부분은 자동화 공정이라고 한다. 효율성 극대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실제로 기자가 생산라인 1개동을 둘러보는 동안 마주친 근로자 수는 10여명 남짓에 불과했다.

공장 규모에 비해 사람 수가 너무 적어 내심 '가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품 생산 중인 길리안 공장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7일(현지시간)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공장 내부 모습. 제품의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 2025.2.9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마솥에 헤이즐넛을 볶는 작업부터 완성품 제조, 포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공정이 로봇 등 자동화 설비로 이뤄지고 있었다.

제조 과정 중 두 차례 거치는 품질 검사 테스트도 자동인 것은 물론, 제품 운반도 무인 지게차의 몫이었다.

에릭 스튀르 프로덕트 매니저는 "과거에는 가령 포장 공정이 밀리면 일일이 보관 작업을 해야 해 여기에만 인력이 8∼10명은 필요했다"며 "버퍼(포장 전 단계 제품을 자동으로 분류·보관하는 기계) 도입 이후에는 2명 정도면 충분하고, 사람 손을 덜 타니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훨씬 위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37년간 근무해 길리안의 산증인"이라며 "한국 기업에 인수된 뒤에도 전통이 유지되고 있고, 안전하고 건강한 초콜릿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상 기사
초콜릿 제조 중인 길리안 공장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7일(현지시간) 벨기에 신트니클라스에 있는 길리안 공장에서 초콜렛이 제조되고 있다. 2025.2.9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이상기온 여파로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작년 한때 정점을 찍는 등 변동 폭이 한층 커진 것은 도전 요인이다.

길리안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 브랜드로 자리잡은 터라 신생 브랜드에 비해서는 소비자층을 추가로 확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강일 길리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초 인수할 때부터 벨기에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고, 유럽 현지에서는 이미 '슈퍼마켓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앞으로는 프리미엄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한층 더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와 인터뷰하는 길리안 관계자들


(신트니클라스[벨기에]= 정빛나 특파원 =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길리안의 에릭 스튀르 프로덕트 매니저(왼쪽)와 이강일 길리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7일(현지시간) 와 인터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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