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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고 트럼프 활약 주시한 유럽 동맹…가자구상에 침묵 깨나
기사 작성일 : 2025-02-09 14:00:56

연설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주민 이주 구상'에 그간 유럽 동맹의 침묵 속에서 유지됐던 '트럼프 허니문'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구상에 정면으로 맞섰다가 자국의 피해를 적잖게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 고민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했다면서 "여러모로 트럼프의 글로벌 허니문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주간 미국의 친구들은 입을 다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영미권 지도자들이 전하는 따뜻한 말을 즐겼고 비판은 거의 없었다"면서 트럼프 2기 출범 초기 미국과 동맹국 간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설명했다.

CNN은 "하지만 그 합의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가 가자지구를 미국의 통제하에 두는 가장 도발적인 외교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은 후 산산조각이 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구상은 서방이 수십년간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해법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유럽의 동맹은 이런 구상에 어조는 다양했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프랑스는 이 구상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스페인 외무장관은 "가자 사람들의 땅은 가자"라고 밝혔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 제안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또 다른 고통과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6월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책임자인 존 알터먼은 유럽이 모두 당황했다면서 "유럽은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고 다자체제 지지에 훨씬 덜 헌신적인 미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 훨씬 더 깊은 탐구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고 CNN은 짚었다.

한 예로 트럼프 정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영국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는 '환심' 공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외무장관인 데이비드 라미는 이번주 우크라이나에서 기자들에게 "가자 문제에 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옳다"고 발언했다.

영국 노동당 소속의 한 의원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경악했다면서도 트럼프를 비판하기에는 휴전과 무역 등 너무 많은 사안이 걸려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능한 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그에게 많은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외교 정책이 '교착상태'를 풀려는 의도일지라도 동맹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국제 리더십의 공백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터먼은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 중국과 다른 관계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부분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고, 또 부분적으로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는 도덕적 이득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정부 내 대외원조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은 '미국 고립' 위험을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보스니아 대사를 지낸 에릭 넬슨은 "사람들이 USAID를 자선단체와 혼동하고 있다"며 "미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너그러운 사람들에 속하지만 전략적 투자를 하는 것은 우리가 친구들은 지원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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