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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리버풀 꺾은 '난민 출신' 무슬리치 감독 "불가능은 없다"
기사 작성일 : 2025-02-10 11:00:48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플리머스의 미론 무슬리치 감독.


[로이터=]

이영호 기자 = "인생에서 감독으로서 패배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순간을 겪어봤습니다."

2024-2025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자이언트 킬링'(약팀이 강팀에 승리하는 이변)을 선보인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플리머스 아가일의 사령탑 미론 무슬리치(42) 감독의 험난했던 인생 역정이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플리머스는 10일(한국시간) 영국 플리머스의 홈 파크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리버풀과 2024-2025 FA컵 4라운드(32강)에서 후반 8분 라이언 하디의 페널티킥 득점을 끝까지 지켜내 1-0으로 승리했다.

특히 챔피언십 '꼴찌'인 플리머스가 EPL 선두를 꺾는 모습에 팬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하며 더욱 큰 환호를 보냈다.

역대 FA컵에서 EPL 선두가 1부리그가 아닌 팀에 덜미를 잡힌 것은 통산 4번째(2002년 리즈·2015년 첼시·2018년 맨시티·2025년 리버풀)였다.

플리머스는 이날 리버풀을 상대로 볼점유율에서 25%-75%로 일방적 수세에 몰렸지만, 골키퍼의 4차례 세이브와 수비진의 헌신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플리머스가 리버풀을 꺾은 것은 1956년 이후 무려 69년 만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무슬리치 감독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마법 같은 날이다. 선수들에게 즐기자고 말했다. 우리는 플리머스 역사의 한 부분이 됐다"며 "평소에도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더 할 말을 잃었다"고 기뻐했다.

무슬리치 감독은 지난해 12월 2일 세르클러 브루게(벨기에)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한 뒤 지난달 10일 챔피언십 최하위로 밀린 플리머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플리머스를 이끌고 정규리그 4경기 동안 2무 2패로 부진했던 무슬리치 감독은 지난 2일 웨스트 브로미치를 상대로 챔피언십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따내며 팀의 정규리그 15경기 연속 무승(7무 8패)의 부진을 씻었다.

이어 이날 리버풀을 잡으면서 무슬리치 감독은 플리머스 사령탑으로 2승째를 거뒀다.

1982년 보스니아 비하치에서 태어난 무슬리치 감독은 1992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화마를 피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피신했던 난민 출신 지도자다.


팀 승리를 기뻐하는 플리머스의 미론 무슬리치 감독


[AP=]

무슬리치 감독은 "내전이 발발하면서 가족과 함께 650㎞를 이동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도착했다. 한밤중에 손에 잡을 수 있는 물건만 챙기고 서둘러 떠났다"면서 "우리 가족은 평생 힘들게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버지는 30년 넘게 웨이터로 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청소부를 했다"며 "부모님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이뤄주셨다"고 강조했다.

무슬리치 감독은 1999년 인스브루크 바커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2017년까지 현역으로 뛰다가 2018년 4월 리트(오스트리아)의 감독 대행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사령탑 생활 7년 만에 FA컵에서 '대어 사냥'에 성공한 무슬리치 감독은 "축구가 인생을 바꾼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는 보편적인 스포츠다. 축구장에서는 이름도, 성도, 난민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경기만 있을 뿐이다"라며 "종교와 국적은 물론 어머니가 청소부인지 법률가인지 아무 영향이 없다. 그래서 축구를 좋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인생에서 감독으로서 패배를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순간들을 겪어봤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강조한다"며 "라커룸을 보면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이 모여 잘 지내고 있다. 세상이 하나의 라커룸이라고 상상한다면 정말 멋진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호하는 플리머스 팬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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