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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패트릭 머홈스와 슈퍼볼 최우수선수 제일런 허츠
[AFP=. 재판매 및 DB금지]
이의진 기자 = 미국프로풋볼(NFL)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톰 브레이디(47)의 커리어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17년 2월 슈퍼볼에서 나왔다.
브레이디가 이끈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애틀랜타 팰컨스를 맞아 3쿼터 6분 29초만 해도 3-28, 25점 차까지 뒤졌다.
하지만 브레이디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고 슈퍼볼 사상 최초의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고, 연장전에서 첫 5차례 패스를 모두 성공하며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이 경기 활약을 통해 브레이디는 자타공인 '우승 청부사'라는 평가를 증명했다.
2023년 은퇴를 발표한 브레이디의 뒤를 이어 '최고'라는 수식어를 받은 현역 선수가 패트릭 머홈스(29·캔자스시티 치프스)다.
공교롭게도 브레이디의 아성에 도전하는 머홈스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닥쳤다.
최근 6년 중 5차례 슈퍼볼에 진출한 캔자스시티 치프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에서 열린 제59회 슈퍼볼에서 전반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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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리는 패트릭 머홈스
[Getty Images via AFP=. 재판매 및 DB금지]
캔자스시티의 진로를 완전히 차단한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물샐틈 없는 수비에 전반을 0-24로 마친 것이다.
사상 최초의 NFL '스리핏'(프로 스포츠에서 3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캔자스시티는 쿼터백 머홈스가 치명적인 가로채기(인터셉션)를 허용하는 등 꽁꽁 묶이면서 전반을 무득점으로 끝내는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의 마법사'라 불리는 머홈스는 브레이디와 달리 기적에 가까운 역전극을 연출하지 못했다.
경기 흐름이 바뀌기는커녕 3쿼터에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3쿼터 초반 필드골로 다시 3점을 보탠 필라델피아는 2분 40초를 남기고 제일런 허츠(26)가 46야드짜리 패스로 디본타 스미스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정확하게 배달해 34-0까지 달아났다.
여기서 머홈스가 슈퍼스타다운 기지를 발휘해 캔자스시티를 슈퍼볼 우승으로 이끌었다면 브레이디도 해내지 못한 3시즌 연속 우승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슈퍼볼 우승 7회·최우수선수(MVP) 5회에 빛나는 브레이디와 커리어 경쟁에도 한층 불이 붙었을 터다.
하지만 끝내 캔자스시티가 22-40으로 완패하면서 브레이디를 추격하던 머홈스의 경력도 일단 슈퍼볼 우승 3회·MVP 3회에서 멈추게 됐다.
브레이디를 넘어 역대 최고 선수 자리에 도전하고픈 머홈스의 여정을 가로막은 선수는 우승팀 필라델피아의 쿼터백 허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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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슈퍼볼서 25점차 뒤집고 대역전승을 거둔 뉴잉글랜드와 톰 브레이디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허츠는 데뷔 시즌부터 붙박이였던 카슨 웬츠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따냈다.
리그 정상급 쿼터백으로 성장한 2022시즌에는 슈퍼볼 무대를 밟으며 우승을 노렸으나 이때 허츠를 가로막은 게 바로 머홈스와 캔자스시티였다.
이날 2년 전의 설욕을 별렀던 허츠는 필라델피아가 전반부터 크게 앞서자 후반에는 러싱 플레이로 시간을 빨리 소모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었다.
허츠의 완숙한 경기 운영에 후반 역전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캔자스시티가 무너지면서 머홈스를 겨냥한 복수극도 완성됐다.
이날 경기에서 21개의 패스 가운데 17개를 성공시키고, 221패싱야드와 역대 슈퍼볼 최장인 72러싱야드를 기록하며 머홈스를 압도한 허츠에게 슈퍼볼 MVP의 영광이 돌아갔다.
AP통신의 영상 계열사 APTN에 따르면 머홈스는 경기 후 "상대가 정말 잘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슈퍼볼 패배는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절치부심한 머홈스와 달리 허츠는 "지금까지 모든 경험을 통해 배운 걸 활용했다.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내 위대함을 추구하는 여정의 연료로 썼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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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런 허츠
[로이터=. 재판매 및 DB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