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新수출시장 열렸다…美함정 건조 허용법안에 국내 조선업계 반색
기사 작성일 : 2025-02-12 18:00:06

김보경 기자 = 미국 의회가 자국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과 같은 동맹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또다시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수상함, 잠수함 등 국내 군함 건조시장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업체는 현재 7조8천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두고도 경쟁 중인데 미군의 군함 발주가 본격화할 경우 경쟁 강도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 자료사진]

◇ 美 밖에서 함정 건조 금지에 예외…中 견제 목표

1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따르면 마이크 리(공화·유타)와 존 커티스(공화·유타) 상원의원은 지난 5일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인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해안 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

두 법안의 골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에 미군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법은 외국 조선소에 미국 군함 건조를 맡기는 것을 금지했지만 두 법안은 이에 대해 예외를 규정한 셈이다.

두 법안은 지난 118대 미국 의회에서 발의됐다가 의회 종료로 폐기됐던 '선박법'과 마찬가지로 중국 해상 패권을 견제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미국 해군은 최소 355척의 군함이 필요하지만, 현재에는 291척만 보유하고 있어 중국 등 적대국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미국 함정 건조를 맡을 해외 조선소가 중국 혹은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의해 소유되거나 운영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은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속해서 해군력 강화를 외치고 있고, 미국 의회 내부에서도 중국과 해상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조선 강국이자 동맹인 한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 자료사진]

◇ '양강' HD현대重·한화오션, 최대 수혜…"기대 크고, 대단히 환영"

법안들은 특정 국가를 협력 대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국가 중 해군 함정을 미국보다 저렴하게 건조할 역량을 보유한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은 향후 30년간 1천600조원을 투입해 함정을 신규 건조할 계획이어서 이는 한국 조선업체들에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연간 20조원 규모의 함정 MRO(보수·수리·정비) 사업까지 노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 "군함 수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미국 의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한화오션은 특수선 분야에서 함정 MRO, 군함 건조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들이 함정 건조 장소를 미국 내로 제한하지 않는 만큼 미국 내 생산기지를 보유하지 않은 HD현대중공업에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소가 없어도 군함을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외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함정 건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에 기대가 크며 환영한다"며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 등 성능, 비용, 납기 측면에서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실적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부회장, 미 해군성 장관에 HD현대 함정 사업 현황과 기술력 소개


[ 자료사진]

◇ HD현대重·한화오션 경쟁구도 계속 이어지나

이번 법안 발의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특수선 경쟁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수상함, 잠수함 등을 포함하는 특수선 분야에서 비등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만으로 살펴보면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현재까지 102척의 수상함을 건조하며 한화오션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23척의 수주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서 장보고-Ⅰ·Ⅱ·Ⅲ를 모두 수주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KDDX 등의 물량이 있긴 하지만 국내 특수선 시장은 점차 축소되는 경향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전망이다.

그런 만큼 군함 수출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여기에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두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 군수지원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4척의 함정을 수출했다. 국내 업체 중 최다 수출실적이다.

아울러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 등 해군 수상함을 모두 수주하기도 했다.

한화오션도 만만치 않은 수출실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1998년부터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 등 6개국에 호위함, 훈련함, 군수지원함, 잠수함 등 총 12척을 수출했다. 특히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6척을 수출했는데 이는 국내 유일한 잠수함 수출실적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와의 통화에서 "상선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함정은 창출되는 시장일 수 있다"며 "결국 국내보단 해외시장"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만난 김동관 부회장


[ 자료사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