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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김채연, 엄마가 만든 옷 입고 우뚝…만년 이인자서 아시아 1위로
기사 작성일 : 2025-02-13 20:00:43

김채연, '금빛 연기'


(하얼빈= 박동주 기자 =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5.2.13

(하얼빈=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채연(수리고)은 운이 없는 선수였다.

어린 시절 빠르게 고난도 기술을 배우며 한국 피겨의 미래로 기대받았지만, 각종 불운에 시달리며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는 주니어 무대에 데뷔할 수 있게 된 2020-2021시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되면서 국제 무대 데뷔전을 제때 치르지 못했다.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도 한 해 늦은 2023-2024시즌에 이뤄졌다.

김채연은 늘 그늘 아래 있었다.

그는 2022년 12월에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김연아 이후 17년 만에 시상대에 섰지만, 함께 출전한 신지아(세화여고)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성과가 묻혀버렸다.

2023년 3월에 열린 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그랬다.

김채연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해 전체 6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으나 같은 대회에 참가한 이해인(고려대)이 은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선배 이해인, 후배 신지아 사이에서 오랜 기간 이인자 자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김채연은 담담하게 자신의 연기에 집중했다.

힘들 때마다 어머니 이정아 씨의 격려와 위로를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대학 시절 의상 제작을 전공한 이정아 씨는 딸의 경기 의상을 직접 만들었는데, 김채연은 어머니의 손길이 녹아있는 옷을 입고 은반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채연은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어머니가 싸준 반찬을 먹으며 힘을 냈다.

김채연은 특히 엄마표 명이나물을 좋아한다.

엄마의 사랑 속에 김채연은 한 계단씩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채연의 프리 스케이팅


(하얼빈= 박동주 기자 =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5.2.13

그는 지난해 3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고, 올해 초에 열린 국가대표 1, 2차 선발전에선 모두 신지아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김채연은 처음 출전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갔다.

그는 13일 엄마가 만들어준 명이나물을 점심 반찬으로 먹은 뒤 경기가 열린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로 향했다.

그리고 엄마가 만들어준 의상을 입고 은반 위에 올랐다.

김채연은 떨지 않았다. 모든 연기 요소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개인 최고점인 219.44점을 받았다.

반면 김채연의 뒤를 이어 연기를 펼친 '세계 최강'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는 최고의 연기를 수행하지 못했다. 김채연은 211.90점에 그친 사카모토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늘을 걷어내고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선 순간이었다.


김채연, '금빛 연기'


(하얼빈= 박동주 기자 =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5.2.13

김채연은 하얼빈에서 금빛으로 그려낸 인생 최고의 순간에서 멈출 생각이 없다.

다음 주말 서울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와 다음 달에 열리는 IS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경쟁을 이어간다.

세계선수권대회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국가별 쿼터가 달려있다.

이제 김채연은 첫 올림픽 무대를 향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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