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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틱 카운슬 방문한 안덕근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회의실에서 관계자들과 한-미 양국 간 조선협력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25.1.10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서울= 차대운 장하나 이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비관세 요인까지 고려해 4월 이후 자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에 '맞춤형'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상호관세를 당장 도입하는 대신 오는 4월 1일까지 상호관세 부과 논거를 제공할 행정부 차원의 '연구'를 하겠다는 시간표를 내놓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대미 협상에 경쟁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정부·민간 차원의 대미 협상을 본격화하게 됐다.
우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안보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첫 회담이다. 외교안보 현안과 함께 경제 현안도 두루 논의될 전망이라서 트럼프 신정부가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를 가늠할 중요 이벤트로 주목받는다.
이어 한미 통상 당국 간에도 공식 협의가 이뤄져 통상 분야의 구체적 의견 교환도 이뤄질 전망이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7일부터 워싱턴DC를 방문해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통상 당국자들을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경제 협력에 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가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취임하고 나서 카운터파트 진용이 갖춰지면 조속히 방미해 고위급 협상을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국경 관리 및 마약 유입 방지'라는 특정 명분을 앞세워 지난 4일 가장 먼저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오는 3월 12일부터는 기존 예외를 없애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한국도 일단 '트럼프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다만 한국에 더욱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핵심 무역 적자국들을 겨냥한 상호 관세나 반도체·자동차 대상 별도 관세 조치는 상무부와 USTR 등 미국 정부 부처가 4월 1일까지 내놓는 정책 검토를 바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때까지 트럼프 신정부의 한국을 향한 부정적 판단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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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중심 관세 폭탄, 한국 대미 수출 충격 예상
(평택= 김도훈 기자 =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25% 부과를 공식 발표했다.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2025.2.11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와 USTR에 지시해 진행되는 정책 리뷰와 건의가 향후 각국을 향한 정책 방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까지 한국이 받을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관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할 것으로 예고한 점을 감안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부·기재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 취약점과 비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미국에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으로서는 철강 25% 관세에서 다시 일부 쿼터(할당량) 면제나 일부 품목 예외를 인정받는 것에서부터 향후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주력 상품으로까지 관세의 영향이 확대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반도체·이차전지 등 분야의 한국 기업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인을 통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장기 투자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투자 보조금과 IRA 생산 세액공제(AMPC) 실질적 유지도 절실하다.
당장 트럼프 신정부가 주요 반도체 기업에 주기로 한 보조금 재협상을 추진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 미국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관련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청문회 과정에서 기업들이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최종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자기가 그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는 보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선거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리겠다고 공언해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이슈가 추가 돌출할 경우 한미 간 협상 지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과 화석연료 경제 부흥을 강조한 가운데 대미 투자와 에너지 구매 확대 등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통상 압력을 최소화하는 접근법을 도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 조선 협력 희망을 피력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이 미국의 경제안보 강화와 산업 부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트럼프 신정부와 협력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재계도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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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도훈 기자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2 [공동취재]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오는 19∼20일 미국 워싱턴DC를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사절단은 갈라디너, 고위급 면담 등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정부 간 경제 협력 논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절단은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와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을 집중 홍보해 미국의 대미 흑자국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런 민관 차원의 노력에도 계엄 사태 여파로 인한 정상 외교 부재는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톱다운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언급이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상외교 없이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