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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종전협의에 현대차·삼성·LG, 러시아 재진출할까
기사 작성일 : 2025-02-14 17:01:02

김보경 한지은 기자 =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쟁과 제재 여파로 현지에서 철수하거나 수출이 끊겼던 국내 기업들의 사업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전쟁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자동차·가전·조선 등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국내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사업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이전 위치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TV 제공]

◇ 현대차, 올해 말 공장 재매입 여부 결정…中이 최대 장애물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 12월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1만루블(당시 14만원 상당) 매각하며 현지에서 철수한 바 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 1년 9개월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신 현대차는 완전한 철수가 아닌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을 매각 조건으로 내걸었다.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대신 전쟁 종식 이후 일정 기간 내 공장을 되사 재진출한다는 의사가 반영됐다는 것이 당시 평가였다.

현대차는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2010년 6번째 해외 생산거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 이듬해인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 해외수출용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이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됐고, 회사는 2020년에는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인수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생산 규모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 기준 23만4천대까지 늘었다.

또 같은 해 기아와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외국차 브랜드 1, 2위에 올랐다.

하지만 현대차는 전쟁 여파로 현지 판매량이 급감하고, 도요타, 르노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자 현지 시장 내 높은 점유율과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시 현대차가 매각했던 공장을 되사 재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가 바이백 조건에 따라 올해 12월까지 공장 재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 연방지식재산권국에 '현대'(HYUNDAI) 상표권을 재등록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얻는다.

다만 현대차는 이와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진출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가 빠진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채우고 있어 예전 입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기관 오토스탯(아브토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신차는 총 157만1천272대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 '톱10' 중 8개를 하발, 체리, 지리 등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대러시아 제재


[ 자료사진]

◇ 삼성·LG, 현지공장 가동재개하나…"中 때문에 쉽지 않아"

러시아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러시아 제재 해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모스코바 인근에 칼루가 공장을 세우고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했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고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그해 3월 부품 수급 등을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

LG전자도 2019년 말까지 루자공장과 러시아 법인 운영에 4억9천300만달러(약 7천90억원)의 누적 투자를 집행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2022년 3월 중순부터 러시아 시장으로의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그해 8월 공장 가동을 멈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는 가전제품 대부분을 한국,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 내 가전제품 매출 중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한다.

러시아 유력 시장조사업체인 온라인 마켓 인텔리전스(OMI)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가장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LG전자도 상위권에 있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대(對)러시아 제재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중국, 튀르키예 등 우호국의 수입이 대폭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대폭 떨어졌다.

2023년 기준 러시아 가전 시장에서 중국, 튀르키예, 벨라루스 기업의 점유율이 40% 이상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도 종전 후 제재가 풀리더라도 한국 기업이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이후 국내 기업의 러시아 생산이 대폭 감소했고, 그 자리를 중국 기업 등이 대체했다"며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제재가 풀리면 국내 기업에는 실적을 회복할 기회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즈베즈다 조선소


[ 자료사진]

◇ 전쟁여파에 건조계약도 해지…종전 후 LNG운반선 발주 이어질 듯

조선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시아 제재로 타격을 입은 분야였다.

국내 '빅3'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2020년 러시아가 추진하는 액화천연가스(LNG)개발 사업인 'ARCTIC(아틱·북극) LNG-2'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 15척과 셔틀탱커 7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현지 즈베즈다 조선소와 체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조선소에 대한 제재로 즈베즈다 조선소는 작년 6월 인도받은 5척 외 나머지 LNG 운반선 10척과 셔틀탱커 7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 선수금 8억달러(약 1조1천억원)와 지연이자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인도한 5척에 대해선 건조대금을 모두 수령했지만 러시아 제재 여파로 나머지 선박은 건조 절차를 아예 개시하지 않아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재재판 결과에 따라 선수금을 반환해야 할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환손실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선물환 계약에 대한 평가 손실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선반영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제재 해체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LNG 수출이 정상화되면 북극해를 움직일 쇄빙 LNG 운반선이 필요하게 되면서 발주 러시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NG 운반선은 아직 한국이 중국에 비해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이 이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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