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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철군 '차일피일' 이스라엘 "열흘 더 연기해달라"
기사 작성일 : 2025-02-15 20:00:56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 배치된 이스라엘군 전차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할 당시 약속했던 철군 시한을 어긴 채 레바논 남부 전략 요충지에 배치한 자국군을 물리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현재 레바논 남부 5개 고지대에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 국경 너머로 로켓 등을 발사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실제 키암, 오다이세, 나쿠라, 라미에 등 지역에 있는 이 장소들에서는 국경 너머 이스라엘 마을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대세력에 넘어갈 경우 고지대에서 내리꽂히는 공격에 이스라엘 측이 상당한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일대의 헤즈볼라 거점이 모두 해체되지 않았다며 이미 한 달 가까이 철군을 미뤄왔고, 최근에는 철수 시한을 2월 28일까지 열흘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 특사 대리인 모건 오르테이거스는 이스라엘군 철수 시한은 2월 18일이 될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입장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철군을 연기해 달라는 이스라엘 측 요구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남부 키암 마을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는 모습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의 이러한 태도는 자칫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재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작년 11월 27일 양측 모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60일간의 일시 휴전에 돌입했지만, 서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꾸준히 갈등을 빚어왔다.

당초 휴전 만료 시한은 지난달 26일이었으나 이스라엘은 군대를 물리지 않았고, 결국 미국의 중재로 이달 18일까지 철군 시한과 휴전 기간을 연장했다.

국제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레바논 수석 분석가 데이비드 우드는 "이스라엘의 주된 우려는 이 전략적 지점들이 최소한 그들이 보기에는 넘겨주기에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는 휴전 이행 측면에서의 협상 카드를 유지하길 원해서일 수도 있다. 레바논 측이 (조건을) 더 잘 준수할 때까지 점령을 완전히 풀지 않는다는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헤즈볼라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것을 계기로 양측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자 하마스에 동조해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작년 9월 헤즈볼라를 겨냥한 전면전을 감행,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지도부를 궤멸시켰고 이 과정에서 레바논은 민간인 수천명이 숨지고 100만명 이상이 피란민이 되는 피해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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