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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더 걱정…자영업 대출 1천64조·연체 18조원 '역대최대'
윤동진 기자 = 최근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속속 한계를 맞고 있다.이들은 금융권에서 1천64조원 넘게 빌렸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29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2024.12.29
이율 채새롬 기자 = 고금리 상황에 12·3 비상계엄의 여파 등으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3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60세 이상 고령층 증가율은 52%로 속도가 훨씬 빨랐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3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연체·폐업 위기 자영업자 대상으로 금융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역대 최장' 내수부진에 빚 못 갚는 자영업자 급증
16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천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천122조7천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천719억원(0.1%) 늘어났다.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에 진 빚(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천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천24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9.9%인 7조804억원 늘어 30조원을 돌파했다.
[표] 개인사업자 금융채무불이행자 현황
2020년2023년2024년 전년(2023년)비 증감전년(2023년)비 증감률전체 차주 수(단위:명)2,545,9463,366,4063,358,956-7,450.0-0.2채무불이행자 수(단위:명)51,045114,856155,06040,204.035.0전체 대출금액(단위:억원)8,538,48811,220,20111,227,9197,718.60.1채무불이행자 대출금액(단위:억원)92,405.2236,444.2307,248.370,804.129.9
※ 개인사업자는 기준 시점, 신정원 기업월보(혹은 일보)에 등록된 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신용정보원에 금융채무불이행(연체 및 대위변제/대지급)으로 등록되거나 NICE 수집 연체정보 일수가 90일 이상인 경우 또는 신용정보원 기업일보 연체 90일 이상 보유한 차주(자료: 나이스(NICE) 평가정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배경은 고금리 속에 깊어지고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2% 줄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며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급증한 계기는 코로나19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는 전면봉쇄를 하면서 재정을 동원해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대출을 통한 지원을 했다.
이혁준 NICE(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손님들이 100%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치솟자 그동안 빚이 많아진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이에 연체율이 올라가고 폐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었던 2020년 853조8천488억원 대비 31.5%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가 속도는 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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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더 걱정…자영업 대출 1천64조·연체 18조원 '역대최대'
윤동진 기자 = 최근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속속 한계를 맞고 있다.이들은 금융권에서 1천64조원 넘게 빌렸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29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2024.12.29
◇ 고령층 짓누르는 대출부담…빚 못 갚는 60대 1년새 52% 치솟아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부담은 더욱 암울한 실정이다.
작년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372조4천9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7천303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1조9천30억원), 30대(-6조4천589억원), 40대(-12조9천124억원), 50대(-2조6천843억원) 등 다른 연령대에서 대출잔액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출규모가 늘면서 고령층 채무불이행자 수와 이들의 대출 잔액도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1년 사이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795명에서 3만1천689명으로 52.4% 늘어 다른 연령대의 증가세를 압도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가 보유한 대출금액 역시 1년 새 5조1천840억원에서 7조8천920억원으로 52.2% 급증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은 생계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보니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한 것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경고 신호로,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체율이 급증한 현실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계획 중인 연체·폐업 위기 자영업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해 자영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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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규모
김민지 기자 =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이 내년에 연체나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소상공인) 25만명에게 연간 7천억원, 3년간 2조원 안팎 규모 금융지원에 나선다.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금융당국 "다음달부터 연체·폐업위기 자영업자 금융지원"
금융당국은 내수부진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 은행권을 통한 금융지원을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연체·폐업위기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신청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올해 연체나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 25만명에게 연간 7천억원, 3년간 2조원 안팎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있지만,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차주는 다음 달부터 금리감면 등 최장 10년까지 천천히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 중 연체 우려가 있거나, 휴업 등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차주, 연속 연체 기간이 90일 미만으로 강화된 개인사업자 119 플러스 프로그램 대상 차주는 신청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으면 된다. 기존 사업자 대출을 최대 10년의 장기 분할상환상품으로 대환해주며, 금리 감면도 평균 2.51%포인트(p), 차주당 연 121만원 해준다.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큰 부담 없이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대출금을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다음 달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정상 상환 중인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최장 30년까지 장기 분할 상환을 지원해주며, 최대 1년간 상환유예, 최대 2년 거치 상환도 가능하다. 금리는 잔액 1억원 이내 대출의 경우 3%의 저금리로 지원하되, 대환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된다. 신규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경우 지원이 중단된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적된 대출 부담에 허덕이지만, 은행권은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누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총 41조8천760억원으로 전년(40조6천212억원)보다 3.1% 또 불었다. 사상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