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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재수할 결심…"수능도 중독되더라고요"
기사 작성일 : 2025-02-18 06:00:15

올해 수능 N수생 20만명 안팎


이진욱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N수생이 20만명 안팎에 이르며 2001학년도 이후 최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2025년 2월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2025.02.18.

오인균 인턴기자 = "수능도 중독되더라고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게 꼬박 5번째네요."

지난 13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박모(23) 씨는 이렇게 말하며 씁쓸해했다. 2021년에 처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때만 해도 올해까지 공부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처음엔 실수한 게 아까워서 재수를 했는데 갈수록 수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재수학원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온 최지훈(19) 군도 "사실 수능을 치르기 전부터 재수를 결심했다"면서 "주변 친구들을 봐도 재수는 기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고등학교는 4년제(고교 3년 재수 1년)'라는 말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으로 202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등 'N수생'(두 번 이상 수능을 본 수험생)은 20년 만에 가장 많은 16만897명을 기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18일 "원래 수능은 대학교에서 공부할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지금은 취지에서 벗어났다"면서 "수능이 학력고사처럼 변한 것은 재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대학 배치표 확인하는 수험생들


(수원= 홍기원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2024년 12월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지원 가능 대학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 2025.02.18

일반적으로 수능 준비 기간이 긴 N수생의 성적은 현역 고3 학생보다 높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 국어에서 1등급을 받은 N수생은 6.9%로 현역(2.7%)에 비해 많았다.

수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장수생'은 1등급이 8.3%·2등급이 12.5%인 데 반해 고3 학생은 각각 2.3%, 5.2%였다.

이는 입시 결과로도 이어졌다.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 1천570명 중 재수와 삼수 이상은 각각 571명(36.4%), 330명(2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합하면 재학생(40.3%)보다 높은 비율(57.4%)이다.


의대 증원에 N수생 21년 만에 최다


이진욱 기자 = 2024년 11월 13일 서울 한 고등학교 졸업생 수험표 교부처 모습. 2025.02.18.

지난 12일 대입 정시 등록이 마감된 후 사교육업계는 N수생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통상 그 다음주부터 재수학원이 정규반을 개강해서다.

수강료는 기숙·통학·독학 등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메가스터디 러셀 기숙학원은 기숙사비와 수강료, 식비, 진학 지도비를 포함해 월 등록금이 395만원에 이른다.

강남 종로학원의 월 수강료는 205만원으로 이는 교재비·급식비·셔틀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강남 이투스247 독학학원 등록비는 월 79만원 상당이다. 역시 모의고사·교재비, 급식비는 별도다.


[그래픽] 사교육비 지출 추이


김민지 기자 = 2024년 3월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해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은 전년(36만3천641원)보다 9.8% 증가한 39만9천375원으로 조사됐다. 2025.02.18

이처럼 연 수백만~수천만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로 인해 학부모의 부담은 커지고 사회적 비용도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년 10만 명을 상회하는 학생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짐에 따라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고 혼인이 늦어져 미래 출생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수생이 증가하면 고3 학생들의 입시 기회는 감소하고 다시 재수생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수능 낭인'이 늘수록 해마다 재수생이 늘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학 입학 후 한 학기 동안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반수생이나 졸업 후에 수능을 다시 치르는 늦깎이 수험생도 있다.

대학 졸업 후 의대에 입학한 A(27) 씨는 "대기업 취업 후에도 수능을 다시 본 동료도 봤는데, 학벌과 학력이 고소득을 보장해주지 않는단 것이 2030의 주된 인식"이라면서 "한 문제 차이로 의대 당락이 좌우되다 보니 입시판을 털고 나오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의대 합격생 10명 중 8명이 N수생이었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4학년도 정시 모집 의대 신입생 선발 결과에 따르면, 33개 의대 정시 합격자 1천171명 중 N수생 비율은 79.3%에 이른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의대 지원자 몰려


황광모 기자 = 2024년 9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붙은 의대 입시 관련 안내판. 2025.02.18.

재수생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양극화 해소와 교육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로 재수 열풍이 불고 있는데 교육 기회와 결과 측면에서 양극화가 매우 크다는 방증"이라면서 "결국 우리 사회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현역은 6월과 11월 두 차례, 재수생은 6월에 한 차례만 치를 수 있는 시험 정책이나 재수생은 재수생끼리 경쟁할 수 있는 재수 쿼터제, 재수 감점제 등 재수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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