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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장, '트럼프식 표현' 쓰며 美 설득 안간힘
기사 작성일 : 2025-02-18 20:00:56

미 종전특사와 EU 집행위원장


(브뤼셀 AFP=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와 회동하고 있다. 2025.2.18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유혈사태'(bloodshed)라는 표현을 쓰며 미국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이날 브뤼셀에서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를 만나 "미국과 함께 협력해 유혈사태를 끝내고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정의롭고 항구적 평화 확보를 도울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혈사태'는 '학살'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 용어다. 트럼프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대선 직후인 작년 11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의미한 유혈사태'로 언급했다.

'침공'이라는 단어 대신 이 표현을 쓰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유책을 구분하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동일시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트럼프식 표현'을 쓴 건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EU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설문을 토대로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그가 공개 석상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 건 이번까지 다섯번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마저도 대부분 '러시아에 의한 유혈사태'라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규정했지만 이날 보도자료엔 없었다. EU가 주로 사용하는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표현도 아예 빠졌다.

미묘하게 달라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화법은 트럼프 정부가 속도를 내는 종전협상 과정에서 '패싱' 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집행위에 따르면 그는 이날 켈로그 특사에게 유럽의 방산 생산 및 지출 확대 계획도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군사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도 밝혔다.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요구하는 조치다.

아울러 EU가 우크라이나의 재정·국방 지원에 누적 1천450억 달러(약 209조원)를 지원했다면서 "다른 어떤 동맹보다도 많은 수준"이라고 부각했다.

특히 이 가운데 520억 달러(약 75조원)는 군사원조로, 미국의 기여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종전을 위한) 모든 해결책은 강력한 안전보장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영토의 완전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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